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Oct 16. 2020

7번 국도 [1]

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7번 국도를 타고 2시간 정도 죽 올라가다 보면 어느 작은 어촌의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 지인이 틀어박혀 글을 쓰고 있다. 작년 겨울에 그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지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차가운 바다의 짠 내를 맡았다.


 철썩철썩하는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1월의 바다는 몹시 차갑거나 심하게 차갑거나 둘 중에 하나다. 바다는 날이 차가울수록 몹시 깨끗하게 보인다.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뭐 먹고 싶은데?

 나는, 오래된 식당이면 다 좋겠는데.


 들어간 곳은 찌개도 팔고 생선도 팔고 나물도 팔고 돼지고기도 팔고.

 어? 나 방금 인스타에서 재미있는 유머를 발견했는데.


 어느 부자가 있었는데.

 땅도 사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교통 사고


 식당은 미닫이문으로 드르륵 열고 들어가니 뿌연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며 피워대는 담배연기와 고기 굽는 연기와 찌개에서 피어오르는 조미료의 향까지. 70년대 영화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곱창 2인분에 대창 1인분을 시켰다. 불판 위에서 구우니 연기가 고스트의 영혼처럼 천장으로 올라간다. 우리는 그 모습을 동시에 쳐다봤다. 대창은 그저 기름덩어린데 구천 원씩이나 주고 왜 먹지?라고 내가 물었다. 예전에 신동엽이 말했어. 대창에 소주를 마신다는 건 말이야, 숟가락으로 기름을 떠서 소주와 같이 털어 마시는 거와 같다고. 그런데 끊을 수 없다고 말이야. 그냥 그런 거야.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그래, 이렇게 구석진 곳에 박혀서 글 쓰니까 잘 써진다니.라고 물으니 질박한 표정으로 현지인이 다 된 지인이 담배를 피웠다.


 이모, 서더리탕 하나 해주세요.라고 지인이 말했다.


 그건 맛있나?라고 물으니, 설마란다.


 담배연기는 어느새 곱창 연기와 한데 어울려 작은 술집의 공간의 뿌연 공기에 한몫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좀비 성시경[마지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