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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17. 2020

7번 국도 [2]

를 따라 가면



 이제 2차는 어디에 가고 싶은데? 지인이 물었다.


 나는, 더러운 기름에 바짝 튀긴 닭이 먹고 싶은데, 이곳에도 그런 곳이 있나?


 사람 사는 곳이면 다 똑같아. 라며 나를 인도했다.

 

 통닭집은 진미식당(곱창집) 보다 더 낡았고 더 좁았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들은 없고 한 테이블에서는 이미 만취한 동네의 아저씨가 미저러블 한 인상을 쓰며 앉아서 목구멍으로 소주를 털어 넣고 있었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저씨는 먹지는 못하고 한 손에 닭을 들고 호러블 한 언어를 뱉어내고 있었다. 인생의 테러블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잘 알아듣지 못했다.

 

 지인이 반반씩요, 라는 말에 델리카트슨 사람들에 나올법한, 입을 굳게 다문 할머니가 푸줏간의 앞치마 같은 것을 입고 그 앞치마에 손을 한 번 쓱 닦더니, 닭을 그 자리에서 탁탁 동가리를 낸 다음 얇은 밀가루 옷을 입혀 솥에 튀겨낸다.

 

 촤르르르 닭 튀기는 냄새가 났다.
 지나간 시간의 냄새다.


 지인은 알아서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왔다. 나는 아이 같은 얼굴로 맥주,라고 했더니 그냥 소주나 마셔.라고 한다. 반반씩 나온 치킨의 프라이드를 집어 들고 먹으니 오래전 맛이 떠올랐다. 닭 맛은 알 수 없었다. 밀가루가 기름에 바짝 튀겨진 맛이 입안에 화악 들어왔다.   


 술을 몇 잔 마셨는지 지인은 말이 많아졌다.


 떫은 감은 떫은맛으로 먹어야 해. 떫은 감을 먹는데 단맛이 나지 않는다고 떫은 감을 벌레 취급하는 것은 용서가 안 돼. 떫은 감은 떫은맛으로 먹는 것이거든. 넌 알지?(난 모르지) 떫은 감을 떫은맛으로 먹지 않고 단맛을 찾으려고 하니까 먹지 못하는 것뿐이야. 떫은맛은 떫은맛일 뿐, 맛이 없는 것이 아니야. 맛이 있다. 단지 그 맛이 떫은맛이야. 맛이 나지 않는다면 모를까 맛이 없지는 않아. 사람들은 떫은맛이라는 것은 맛의 범주에 집어넣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단 말이야.


 글 쓰는 사람들은 늘 힘겹게 삶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통닭에 소주. 대학교 시절에 이렇게 무진장 먹었다. 나는 폰을 꺼내서 조용한 닭집에 다이애나 크롤의 노래를 틀었다. 운치가 흘러넘쳐 빠져 죽을 것 같은 밤.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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