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에세이
아침마다 바닷가에 나와서 한 자리에 앉아 바다를 멍하게 바라본지도 십 년은 넘은 것 같다. 매일 이러지는 않는다. 너무 춥거나 더운 날이거나 비가 오거나 여기 뷰가 지겨울 때면 또 한 일 년은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해서 아침의 바다를 바라본다. 어쨌거나 매일 바다에 나와서 오전에는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는 늘 그대로인 것 같지만 해안의 풍경은 그동안 몸살을 앓고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가장 날이 좋은 봄, 가을의 오전에 앉아 있으면 언제나 유치원생들이 삐약삐약 거리며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웃었는데 올해는 전혀 볼 수 없다. 코로나 시대에 맞서 싸워서 잘 해내고 있는 나라는 몇 나라 되지 않는다. 그중에 우리나라도 들어간다. 하지만 사회가 정해놓은 모든 것을 ‘선’이 아니라 ‘악’으로 보는 사람들은 어떤 신념에 의해 이탈하기 위한 마음을 가졌다. 여기 바다에 나오면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서 조깅을 하고 차오르는 숨을 느끼면 평소에 늘 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을 좀 더 깊이 있게 느끼게 된다. 어떤 이에게 바다는 회상으로, 어떤 이에게는 추억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생채기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떤 것으로의 귀결이든 바다에 오면 모두가 비슷한 자세로 비슷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바다는 그러한 사람들을 보며 냉철한 차가움을 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바닷가 밖에서는 전부 제각각의 모습으로 바다라는 하나의 매개체에 이끌려 이곳으로 온다. 제각각 바다로 와서 모두가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오해와 모순으로 얼룩진 삶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바다에 와서 그런 병약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태양을 쬐며 시원하고 짠내가 섞인 바람을 맞으며 바다의 정취에 취하기도 한다. 폭넓은 사회에서 복잡한 인간관계에 들어가게 되면 오해와 변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만 바다에서는 해명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단편적인 사랑에 슬퍼할 이유도 없고 증후군이나 나르시시즘이나 좌익이니 우익을 따지고 들지 않아도 된다. 바다는 그러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 바다를 우리는 숨을 조용히 쉬며 쳐다본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