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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Nov 2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83

10장 4일째

283.


 마동은 병원을 나왔다. 휴대전화가 없어서 회사에 연락을 할 수 없었고(하기 싫었다) 누군가가 어디서 연락을 했을지도 알지 못했다. 분명 회사에서는 연락도 없이 결근을 해 버린 마동에게 많은 연락을 했을 것이다. 아마 소피도 트위터로 메시지를 넣었을 것이다. 소피와의 소통은 오로지 트위터로 하기 때문에 디렉트 메시지로 연락이 몇 개나 와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메일이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소피는 이제 곧 아시아 프로모션 투어로 한국에 올 예정이다. 소피가 한국에 오면 노란빛이 감도는 분위기가 예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단맛이 가득한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당분 따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소피는 한국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고 한국인에 대한 나쁜 기억은 선물상자만큼 크게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소피는 마동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비록 하루 동안이지만 마동은 소피에게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평범하지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언젠가 소피는 자신의 매니저가 한국산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고 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여러 가지 전자 작동 장치가 촘촘하고 아주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마동에게 했다. 소피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즐겨 본다고 했고 그 속의 한국 배우 김윤진이 신비로운 배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피를 제대로 잘 만날 수 있을까.


 밖으로 나온 마동은 혼자 긴팔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걸 알았다. 티셔츠의 촉감이 새끼 고양이 털처럼 부드럽고 가우디의 작품처럼 고급스러웠다. 아마 고가의 티셔츠 같았다. 옥상의 난간으로 올랐을 때 입었던 옷은 전부 재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연소가 되어 버렸다. 병원의 작은 방에서 잠들 때 이 옷을 의사가 입혔을 것이다. 소피의 가족과 보내는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때 발기해 있었다. 페니스라는 핏덩어리는 때때로 머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살아있는 개체였다. 아마도 병실에 데리고 왔을 때에도 발기했을 것이다. 이 옷은 의사나 분홍 간호사가 의사의 옷을 입힌 것이다. 왜인지 의사가 자신의 발가벗은 몸을 봤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창피함이 몰려왔다. 발가벗고 있을 때 페니스가 천장을 보고 서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부끄러웠다.


 발가벗은 나를 업고 병원까지 어떻게 왔을까. 마른 몸이라고 해도 성인이고 몸이 축 늘어진 인간은 상당히 무게가 나갈 텐데.


 그런 자신의 몸을 업고 온 의사를 생각하니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의사는 일반론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확신이 들었다.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는데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더불어 창피함은 더욱 커졌다.


 내 옷은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재가 되어 사라진 것일까. 나는 암흑의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동안 자아가 연소되고 있었던 것일까. 그곳은 정말 지옥이었을까. 나는 죽음을 경험하고 나온 것일까. 최원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내가 경험한 죽음의 그곳으로 최원해가 간 것일까. 이 모든 게 전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는개는 이런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무엇 하나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변이가 시작되고 끝없는 질문이 이어졌고 답은 흩어져 있었다. 화학 문제처럼 모른다고 아무 답이나 체크할 수도 없었다. 의사는 마동에게 피부는 빛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하라고 했다. 그래서 긴팔의 티셔츠를 입혔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도 긴팔의 긴 옷이었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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