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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2. 2021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마이데일리 이승록 기자의 [이승록 나침반]을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의 소녀와 소년의 사랑은 숙명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맞닥뜨린 소녀와 소년이 첫눈에 서로가 서로에게 100%인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란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둘은 100%의 상대를 만났음에도, 그 확신을 스스로 의심하며 자신들의 운명을 시험해보기로 한다. 하루키의 이 짧은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실체 없는 존재는 완벽한 상대를 만난 순간에도 얼마나 불확실하게 작용하는지 알려준다.

100퍼센트의 상대를 만나는 사랑은 숙명이라고, 숙명은 운명보다 좀 더 의미적으로 高古하다. 운명은 인간의 앞에서 오기 때문에 학습이나 훈련 같은 노력으로 운명이라는 것을 결정지을 수 있다. 그에 비해 숙명이라는 것은 운명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뒤에서 서서히 덮치기 때문에 숙명에 한 번 걸리게 되면 벗어날 수 없다. 그레고르 잠자가 갑충이가 된 것은 숙명이었다.라고 하면 누구도 그것을 바꿀 수가 없다. 설령 프란츠 카프카라고 해도 그걸 바꾸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카뮈라고 해서 뫼르소의 운명을 건드릴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숙명이기 때문이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난 소년이 친구에게 말했을 때 친구가 말이라도 걸어 봤냐고 묻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한다. 숙명이란 때때로 운명보다 잔인할 때가 있다.

그 잔인함은 우리의 첫사랑에 기인한다. 첫사랑의 대부분이 멀리서 지켜만 보던 짝사랑인 경우가 있다. 가슴앓이를 하며 기회를 엿보지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 시간이 지나간다. 역사의 대부분 기록을 보면 잔인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할 정도로 사실이 있지만 그 사실이 진실과는 또 다르게 비켜간 경우가 많다. 기억이란 그래서 늘 잔인하다. 하지만 그 기억은 시간이라는 열매를 야금야금 먹으며 추억으로 살을 찌운다.


기억이 추억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조금은 유연하게 흐르고 물수제비처럼 스치고 가는 봄날을 한껏 아쉬워하며 내년의 오늘을 기다린다. 하루키가 100퍼센트의 상대를 만나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그게 안타까워서 더 아름답고 좋은, 늘 밝고 맑기만 해서 슬퍼 보였던 미도리 같아서 이 짧은 소설이 가슴 깊이 들어와 비가 오는 약간은 쌀쌀한 4월을 데워준다.


#무라카미하루키 #하루키소설 #단편소설 #하루키 #MURAKAMIHARUKI #4월의어느맑은아침에100퍼센트의여자를만나는것에대하여


월요일인데 비가 오는 것도, 비가 오는 이 날이 월요일인 것도, 내리는 비가 마치 그녀의 목소리를 닮아서 춤을 추듯 나풀나풀 내리는 것도 모든 것이 기묘하게도 이 노래를 위한 오늘인가 싶은,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카펜터스의 레이니 데이즈 앤 먼데이 https://youtu.be/PjFoQxjgb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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