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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5. 2021

이윽고 슬픈 외국어

하루키 에세이

하루키 에세이 ‘이윽고 슬픈 외국어’는 슬픈 외국어의 또 다른 같은 버전이다. 

이전 버전 ‘슬픈 외국어’ 에세이도 어딘가로 가버렸는지(몇 권의 책들은 어느새 보면 사라지고 없다)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윽고 슬픈 외국어' 이 책의 표지는 겉표지를 거둬낸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어떤 이야기도 떠오른다. 한 욕조에 같이 들어앉아 하루키 군과 육식동물의 대치가 급박해야 하겠지만 하루키 군은 으허,, 이봐요 땀을 좀 빼요, 라면서 느긋하기만 하다. 그에 비해 초초한 육식동물은 계획을 짜는데. 


이 에세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챕터는 89페이지의 ‘스티븐 킹과 교외의 악몽’이다. 스티븐 킹은 공포 소설로 전 세계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것 역시 미스터리하다. 러브 크래프트도 해내지 못했는데 킹 씨는 해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킹 씨의 소설 여러 편을 읽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려웠다. 스티븐 킹은 지가 지 글이 좋아서 막 써내려 갔는데 인기까지 있는, 자기 심취에 홀딱 빠져서 글을 적으면서 자기가 막 놀래, 자기 글에. 자기 글에 막 빠져서 써 내려간다. 암튼 그런 분위기의 글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하루키도 있다. 얼마나 많은 에세이에서 스티븐 킹을 이야기했던가.


자기가 좋아서 막 적는데 모든 이들이 좋아한다. 이것을 두고 기적이라고 한다. 킹 씨는 기적을 몇십 년째 이루고 있는 것이다. 킹이 ‘쇼생크 탈출’을 적고 돈이 필요해 영화사에 단돈 오백만 원 정도에 내다 팔아먹었는데 대박이 난 것이다. 쇼생크 탈출은 소설과 비교해가며 보는 것 또한 재미 중에 하나다. 킹 씨가 일단 소설을 적고 나면 앞다투어 영화나 시리즈물로 제작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재미있는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언더 더 돔’ 시리즈가 재미있었고, ‘그것’도 재미있었다. ‘캐리’도 꽤 했고, ‘애완동물 공동묘지’는 소설과 영화 모두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물론 캐시 베이츠의 에니가 나온 영화 ‘미저리’도 재미있었다. 거기서 지금은 고인이 된 보안관 버스터가 한 건 할 줄 알았는데 애니에게 당하다니 분하다! 또 킹 씨 자신은 싫다고 한 ‘샤이닝’이 ‘닥터 슬립’보다 나는 훨씬 좋았다. 


그러고 보니 거의 다 재미있는 걸로. 최근에 본 킹 씨의 소설 원작 영화는 ‘높은 풀 속에서’인데 영화에 인물이 달랑 6명이 나오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킹 씨, 정말 연일 기적을 이루고 있군요. 암튼 이 영화 나는 아주 재미있게 봤다. 초현실 공포영화 두둥. 


미저리는 재미있어서 여러 번 봤는데 케시 베이츠가 극과 극을 달리며 에니를 연기하는데 주사를 폴에게 쓱 놔주고, 밥을 먹이며 자신의 것으로 사육을 하는 모습이 와 정말, 하는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긴 일본에서는 완전한 사육이 있었다. 역시 제목만 보고 흥! 했지만 보면 꽤나 재미있었다.  


어떻든,


이 에세이의 87페이지 챕터에서도 킹 씨의 ‘미저리’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저리 소설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정말 자신이 쓴 것이라 믿고 있는) 하는 중년 여성 앤이 킹 씨를 괴롭히고 미저리의 애니 윌킨스는 자신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하며 킹 씨가 자신의 원고를 훔쳐 갔다고 주장을 하는 등 협박장을 보내기도 했다. 


며칠 뒤 에릭이라는 청년이 킹 씨의 집에 침입을 하면서 자신의 숙모 원고를 훔쳐 미저리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럼 에릭과 위의 정신 나간 여자 앤이 서로 아는 사람이려니 하겠지만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남남이다. 게다가 엔은 킹 씨가 자신을 위해 하려고 일부러 청년을 시켜 저런 일을 꾸몄다고 했다. 모두가 경찰에게 인계되고 절차에 따랐다. 앤 이라는 여성은 킹 씨가 초기작을 낼 무렵부터 그렇게 협박을 하며 스토커 짓을 해왔다고 한다. 청년이 집에 침입을 했을 때는 집에 킹 씨의 아내만 있었는데 굉장히 무서웠을 것 같다. 


현실이 정말 소설 같은 킹 씨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이렇게 된 데는 미국의 교외에 있는 저택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영화 ‘유전’을 보면 잘 나타나는데 집이 워낙에 크니까 다락이나 지하에 집주인도 무슨 물건이 있는지 모른 상태가 많다. 보통 90년대 미국 드라마를 보면 일요일에는 대체로 그 집의 아버지가 늘 지붕에 올라가 지붕을 수리하는 모습이 비쳤다.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철물점이나 수리공을 불러서 수리를 하게 되면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지하에 그동안 틈틈이 공구들을 사놓아서 공구박스가 가득하다. 아버지들은 주말에 시간을 왕창 내서 집구석구석 공구를 들고 수리를 한다. 그런 집들이 교외에 있는 저택이다. 


그래서 미국만이 가지는 호러가 탄생한다. 실제로도 위에서 말한 사건들이 종종 일어난다.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니까 궁금하면 한 번 읽어보시길.



#무라카미하루키 #에세이 #이윽고슬픈외국어 #슬픈외국어 #스티븐킹 #미져리 #일화 #MURAKAMIHARUKI


이른 오전에 그대로 용수철처럼 일어나서 나와서 약간을 글을 적고 커피를 홀짝 마신 다음 일하는 곳으로 와서 10시 30분 정도부터 12까지 라디오를 듣는 시간은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다. 아주 행복하며, 몹시 평온하고, 더불어 이 시간을 곧 벗어나게 된다는 약간의 불안함을 가지는 시간이다. 어떻든 내일은 잘 모르겠고 오늘만 행복하자. 그래서 오늘 추천곡은 마빈 게이의 렛스 겟 인 온.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었지만 아직도 의문사로 남아있는 마빈 게이의 노래를 듣자. 

https://youtu.be/9vAiESu5w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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