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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29.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0

12장 5일째

350.


 는개는 바쁜 아침의 시간 속에서 시간을 들여 탁자에 앉아서 천천히 메모를 했다. 그리고 집안에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을 빗자루로 쓸어 담듯 가지고 돌아가 버렸다. 마동은 지난밤, 그녀와 함께 사들고 온 빈 와인병과 와인 잔만이 버려진 물품처럼 놓여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뜨거운 냄비 속에서 매운탕으로 향해가기 위해 대열을 맞추었던 물고기의 대가리도 사라졌고, 냄비에 가득했던 끓는 물도 사라졌다. 쥐돔과 아홉 동가리는 마동과 그녀의 입과 허공의 미립자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들어와 인간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머리통은 음식물쓰레기에 섞여서 분해되고 어딘가로 뿌려질 것이다.


 점점 사람들 의식의 전달이 작아졌다. 마동은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서 모니터를 틀었다. 티브이 프로그램 아침방송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나 명사를 초빙해서 건강이나 생활정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변태 학적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은 인간이, 즉 남녀가 서로 상호작용의 부재에서 나타난다고 명사는 열변했다. 인간은 엄마의 큰(아기에게는) 젖을 빨면서 그 감촉을 느끼고 상호작용을 터득하게 되는데, 성인이 되어 그 상호작용의 소멸이 일어나면 일탈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인간은 만져지면 흥분과 기분이 좋아지지만 보통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성기를 만진다고 해서 여자들은 흥분을 하게 된다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다 더 근본적인 감촉, 인간의 손과 손이, 손으로 등을, 상대방의 몸을 만지는 것에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것의 소멸이 성기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포르노 영화의 보급이 빠르고, 퇴폐적인 공간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범죄성향도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아무도 만져주는 이가 없음에 오는 실태로 보인다. 심리학자는 아침방송에서 상호작용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방송국 스튜디오 안에 모여든 방청객들은 리허설에서 배운 대로, 자기 일처럼 입을 벌리고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를 쳤다.


 마동은 오너에게 전화를 했다. 오너는 마동의 몸 상태의 안부를 물었고 마동은 대답했다. 오너는 마동에게 형사들이 찾아왔다고 말하고 마동은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마동은 꺼내기 힘든 말이었지만 오너에게 회사는 이제 그만 관둬야겠다고 말을 했다.


 (잠시 침묵)


 오너는 알겠다고 수긍했다.


 “어제 새벽에 자네의 작업 분량을 받았네. 그리고 이메일에 자네가 관둬야 하는 이유를 적어 놨더군. 자네는 나에게 확인을 하고 삭제를 부탁했네. 이메일은 삭제를 했네만 정부에서 캐내려고 하면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자네는 자네도 모르는 사이에 꽤 깊은 곳까지 들어갔던 모양이군.”


 (잠시 침묵)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오너의 목소리는 클라이언트의 재작업을 부탁할 때보다 덜 흥분했다. 아니 오히려 침착했고 부드러웠다. 단지 오너는 이틀 동안 밤을 새웠는지 목소리에 피곤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이 작업을 어떻게 다 끝냈냐고 묻지는 않겠네. 지금 자네는 쫓기고 있다는 거야. 난 자네를 직원 이상으로 느끼고 대했다고 생각하네. 자네에게는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끌림 같은 것이 있었어. 다른 회사보다 먼저 내가 자네를 내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언제나 뿌듯하고 기분 좋았지. 그래서 늘 자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나서서 힘을 다해 자네의 일을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지.”


 (잠시 침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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