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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30.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1

12장 5일째

351.


 “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자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자네를 말리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말이네. 나에겐 자네도 무척 중요한 사람이고 최부장도 어떠한 방식으로는 나에겐 중요한 사람이야.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사람을 잃게 되었어.”


 (좀 긴 침묵)


 “어디로  갈 텐가?”


 “어디로든…….”


 (잠시 침묵)


 마동은 오너에게 이메일로 어떤 내용을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지만 짐작은 했다. 마동은 오너에게 지금까지 잘 대해 준 것에 대해서 고맙다고 했고 지금부터는 자신만의 문제라서 오너에게 신경을 쓰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오너는 수화기 저편에서 묵묵히 마동의 말을 들어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오너는 마동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아쉬움이 많이 묻어있다는 것이 숨소리를 타고 마동에게 전해졌다. 오너는 평소와는 다르지만 빗물이 아래로 흐르듯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수화기를 통해서 마동은 느낄 수 있었다. 오너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마동의 회사가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부피가 커졌다. 조직에 있어 한 사람, 오너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는 중추적인 존재다. 오너가 중심을 잃고 흐트러진다면 조직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마동은 자신이 선택한 이 회사의 오너에게 그동안 존경을 가지고 있었다. 밑에 부리는 사람을 잘 다루었다. 그것이 오너로서 그가 가진 강점이었다.


 “클라이언트에게는 제가 직접 연락을 하겠습니다.”


 고요하게 내쉬는 오너의 숨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오너의 박하향 담뱃내가 배인 숨 냄새가 전화선을 타고 몇십 킬로미터를 지나 마동의 코 속으로 들어왔다. 오너와 면담을 하면 오너의 입에서는 언제나 박하향의 담뱃내가 났지만 은은했고 싫지 않았다.


 “아니네, 클라이언트에게는 내가 잘 설명을 했네. 클라이언트는 생각이 넓고 깊은 사람이야. 게다가 정부와 자네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되어있다고 판단을 했을 모양이네. 나도 그렇게 느껴졌고 말이지. 클라이언트는 이번 작업의 책임자인 자네가 빠져도 괜찮다는 보고를 받고 고개를 끄덕여줬네. 모든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지. 언제나 그렇지 않은가. 떠나가고 나면 남은 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지.”


 (침묵)


 “이제 담배를 끊으셔야죠”라고 마동이 말했다.


 “노력하고 있네. 하지만 잘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려니 다른 곳에서 삐거덕거리지.”


 (침묵)


 “자네가 스티머 회선으로 보내준 작업 분량 덕분에 나머지는 우리들이 알아서 파트를 맡아서 꿈의 구조를 변경하면 되네. 이제 비교적 손쉬운 작업만 남았지. 단지 내가 일선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네. 문제는 자네가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지. 나 역시 그동안 정부의 감시를 받아 왔었고 말이네. 어제 형사들이 찾아왔으니까 오늘은 자네 집으로 가겠지. 형사들은 그렇다 치고 정부의 사람들은 자네가 어디를 가든 찾아낼 것이네.”


 “알고 있습니다.” 마동은 오너에게 심려를 끼치기 싫어서 짧고 굵게 대답했다.


 “이렇게 통화를 오래 하는 것도 꽤 모범적인 해답은 아닌 듯하네. 다시 돌아 올 일은 없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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