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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25. 2021

그와 나의 공통점

엽편 소설


 그와 나의 공통점은 우리 둘 다 그녀와 잠을 잤다는 것이다.

 그것 이외에 내 앞에 앉아있는 그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는 커피를 마시며 나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있다.

 어쩐지 그는 나를 상당히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녀가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한 공백 속에 풍덩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녀가 듣고 있지만 어쩐지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듣고는 있지만 그녀는 이미 양자역학에 의해서 정신이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느낌을 제가 받았습니다.


 나는 잠시의 틈을 둔 후,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 맛이라는 것이 끊어진 사고(思考)의 맛이다.

 남겨진 자들의 단절된 절망의 공기를 우리는 동시에 흡입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실적이지 않는 웃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이라는 것이 마치 두 손으로 건진 모래 알갱이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웃음이었습니다. 제 말뜻을 아시겠습니까?라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전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그녀와 잠을 자는 것이 행복했다는 것뿐입니다. 그 외에는 없습니다.

 커피를 홀짝이는 소리는 공벌레가 공을 굴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공벌레도 혈당치가 떨어질까?

 우리는 발가벗고 있었고 그녀가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얼굴에 구멍이 크게 생겨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개를 들어서 그녀의 눈을 쳐다보면 "코를 찡긋거리지"라며 그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경쾌하게 말한다.

 나 역시도 손가락으로 그렇죠!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우리는 어색한 웃음을 공유한다.

 그리고 침묵. 약간의 공백. 축축한 냄새가 카페 안을 감돈다.

 이는 곧 세상에서 탄생되어서는 안 될 법한 색의 곰팡이가 되어 카페의 구석진 곳에서부터 성장한다.

 축축한 냄새•••

 의사가 들어온다.

 "이 사람은 카그라스 증후군이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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