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계절에

시 이고만싶어

by 교관


따뜻해지면 벚꽃이 예쁘게 피겠는 걸


프리지어가 피겠구나


눈을 초승달로 만드는 바람이 불겠구나


코를 간질이는 것들과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여기 작은 바다에도 한가득이겠구나


봄이 어서 오고

나면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에서

가끔

서럽다



봄이 다가온다고 느끼는 것은 외부의 자연적인 변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안경을 쓴 채로 안약을 점안하거나 마스크를 한 채 빵을 먹으려고 입으로 갖다 댔다가 아, 곧 봄이구나. 하게 된다.


봄이 다가오면 점점 영혼이 빠져나간다.


그러다 봄눈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은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봄은 사람의 영혼을 조금씩 핥아먹는다.


나는 늘 봄의 노예가 되기를 기꺼이 허락한다.


날씨 때문에 추운 사람들과 사람 때문에 추운 사람들이 두루뭉술하게 공존해있는 이곳은 이상하게도 봄이 와서 날씨 때문에 따뜻해지는 사람들은 있지만 사람 때문에 여전히 추운 사람들이 있다.


외투를 벗어버리는 짧고도, 스치듯 가버리는 완연한 봄이면 무리를 해서라도 고추장 삼겹살을 먹는다.

쌈 싸 먹는 걸 낮잠이 들어 일어나는 것만큼 싫어하지만 봄에 피는 상추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여러 어울리는 것들이 있다.

봄에 핀 상추와 고추장 삼겹살이 그렇고 당신과 내가 그렇다.


빨갛게 물든 당신을 나는 꼭 안아 줄 것이다.

하얗고 차가운 맨살에 따뜻한 붉은 옷을 입혀 당신을 꽁꽁 싸매듯 안아서 콜먼 호킨스의 바디 엔 소울에 맞춰 천천히 봄의 왈츠를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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