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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2.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31

14장 6일째

431.


 엄청난 폭우 속을 뚫고 류 형사가 돌아갔다. 돌아가는 류 형사의 뒷모습은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우산이 지니는 역할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쓰고 있을 뿐이었다. 한 손은 우산을 들었지만 비는 격렬하게 옷을 전부 적셨고 류 형사는 옷이 젖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다. 다른 한 손은 청바지 주머니를 꼭 잡고 갔다. 마동은 그런 류 형사의 모습이 코너를 돌아 없어지는 순간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류 형사가 돌아가고 모던타임스에는 마동 혼자만 남았다. 이제 류 형사가 마지막으로 떠났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그들은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


 마동은 밤이 오면 조화와 균형을 바로잡으러 가야 한다. 그것이 형태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분명 류 형사는 곧장 병원으로 가는 것이리라. 류 형사가 이 세계를 걸어가는 방식이 조화와 균형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작 본인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마동은 시야에서 사라진 류 형사를 마지막으로 떠올렸다. 의식과 무의식이 동일선상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조화롭고 균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인류가 전부 사리지기 전까지 조화와 균형은 들어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균형은 노력 여하에 따른 보상보다 물처럼 자연스럽게 진화되어 이루어지는 경우나 유전자처럼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마동은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고개를 들어서 보았다.


 카페의 주인이 다가와서 “요 앞전에 멋진 여성분을 두 시간 이상 기다리시게 만든 분이시군요. 그렇게 자연스럽고 세련된 여자분은 처음 봤습니다.” 상냥한 얼굴로 카페의 주인이 말했다. 아까는 몰랐지만 얼굴의 표정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가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얼굴과 목소리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는개를 말하는 것이구나.


 마동은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 는개를 생각하니 내 안에 남아있는 그녀가 남겨 놓은 미약하고 엷은 마음이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떨렸다. 나는 그 떨림에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진정하라고. 될 수 있으면 부드럽고 안정되게 눌렀다. 그녀가 나를 만져준 것처럼 내 가슴속의 작은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떨림은 점점 미미해져 갔다. 는개는 나를 보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그녀가 말을 했다면 그런 것이다. 는개는 바퀴벌레 이야기도 친절하게 해 주었다. 바퀴벌레의 이야기는 상당히 의외였다. 인류는 편견과 자기중심적 사고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 속에서 바퀴벌레는 살아남아야 했으니 그 모양새는 더욱 인간들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징그럽고 혐오스러움을 선택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바퀴벌레들뿐만 아니라 거머리도 마찬가지다. 는개 역시 자기중심적인 인간들 속에서 견뎌야만 했다. 우리들은 인류에게 반하는 것은 박멸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설령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다르게 보이면 없애려 든다. 다양한 방식이 존재했지만 인간은 다양한 존재양식은 거부했고 틀에 집어넣으려고만 했다. 그것은 분명 잘못된 방식이다. 바퀴벌레는 인간의 손이 닿으면 자신의 몸이나 다리를 평소보다 더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어째서?라고 물었을 때, 바퀴벌레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그것을 알아냈다고 했다. 세상에는 바퀴벌레를 연구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이고 다양성이다. 는개의 미소가 떠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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