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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6. 2021

비는 소바와 티라미수를 타고 16

단편 소설


16.


 “도대체 무슨 요리지? 정체를 알 수 없군.” 나는 그렇게 말을 했지만 포크로 계속 집어먹고 있었다.


 “치킨 키예프하는 요리예요. 질 좋은 숯에 기름을 바짝 뺀 다음에 버터를 발라서 다시 한 번 구워내는 거죠. 그리고 토마토와 바젤을 곁들여 먹는 거예요. 버터 향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걸 직접 만들었단 말이야?” 나는 이름도 모호한 그 요리를 연신 입안에 집어넣으면서 말을 했다.     

 

 “설마요. 전 음식 만드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라며 도시락 통 안의 거대한 티라미수를 포크로 조각을 내어 입안으로 넣었다. 나는 그 많은 양의 치킨 키예프라는 요리를 남김없이 위장 속으로 낙하시켰다. 소식을 하는 나에게 이렇게 많은 음식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때때로 그런 일들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도 해요”라고 그녀가 내뱉었다.


 “응? 뭐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 말이에요.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아요? 마치 수학여행이 첫 외박인 것처럼 말이에요.”


 과연 그랬다. 나는 지금 행복했다. 지속되었으면 하는 행복감이었다. 이런 행복감이 밀려들면 곧 두려움도 같이 따라왔다. 행복이란 언젠가는 끝이 나는 시점이 온다. 어쩌되었던 지금은 행복했다. 이 행복함을 그녀와 함께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닭 요리는 아주 맛있었다. 나는 나의 첫 수학여행을 떠올려보았다. 겨울이었다. 어째서 나의 첫 수학여행은 겨울에 갔을까. 내가 태어나서 첫 외박을 한 것이 국민학교 6학년 때의 수학여행이었다. 그렇지만 푸르른 5월이나 자연이 옷을 갈아입는 가을에 가지 않았다. 가을의 문 끝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눈이 내리는 겨울도 아닌 겨울의 초입에 수학여행을 갔다. 학교는 왜 겨울에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갔는지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수학여행이라고 해봤자 경주로 가서 일박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어릴 때부터 멀미가 심했던 나는 수학여행을 가기 전 고민이 깊었다. 반에서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이름이나 생김새는 전혀 기억이 없다) 그 여자애에게 멀미를 하다가 토하는 장면을 들킬까 봐 나는 무척 노심초사했다. 국민학생 때에 나는 대형버스가 교장선생님만큼 무서웠다.      


 국민학생 때보다 더 어린 시절에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들어서면 대형버스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특유의 냄새를 풍겼다. 나는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속이 매슥거렸다. 그 큰 버스에 올라타고 한 시간 이상만 가면 나는 고장 난 정수기처럼 몸 안의 체액을 입으로 끌어올려 뱉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멀미약은 나에게 소용이 없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무서움에 벌벌 떨며 고속버스에 앉아서 두 시간가량 떨어진 타지방(집안의 행사로)으로 갈 때면 어김없이 멀미를 하고 검은 비닐봉지에 구토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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