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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0. 2021

비는 소바와 티라미수를 타고 20

단편 소설


20.


 그 녀석을 필두로 해서 하나씩 멀미를 하기 시작했고 버스기사 아저씨가 마련해 놓은 검은 비닐봉지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구불구불한 길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있었다. 그 길을 돌아 올라가는 버스 속에서 아이들은 전 날 먹은 저녁을 환불이라도 하 듯 게워냈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그 버스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비닐봉지를 나누어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사람에 내가 껴 있었다는 것이다.     


 멀미는 나에게서 완연히 멀어져 버렸다. 아이들은 도미노처럼 한 아이가 토악질을 멈추면 다른 아이가 받아서 토악질을 했다. 담임선생님과 나는 아이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토악질을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검은 봉지를 대어 주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그녀도 멀미를 하지 않아서 나와 담임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의 둥을 두드려주었다. 다른 몇 명의 토악질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멀미 기운 때문에 좌석 의자에서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반면에 어찌 된 영문인지 나와 그녀는 화창한 일요일 오후처럼 멀쩡하게 버스 안을 돌아다녔다. 담임선생님이 지칠 때 버스는 석굴암에 도착했고 아이들은 라면 봉지를 거꾸로 들어서 내용물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버스에서 갖은 욕설과 인상을 쓰며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몰려나왔다. 차갑고 시원한 겨울을 알리는 비가 내렸다. 버스 안의 텁텁하고 답답한 공기와 아이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냄새에서 벗어나니 상쾌했다. 비누만 있다면 깨끗하게 씻어내고 싶은 냄새가 내 몸에서 났다. 나만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버스에서 내려 그녀와 나는 이제 해방이구나, 라는 말을 눈빛으로 주고받았다. 나는 이후로 버스를 타고 지구 끝으로 붕하며 달려가도 멀미를 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버스여행을 즐기는 축에 속하게 되었다. 빗줄기는 가늘어지더니 그쳤고 석굴암의 광장에서 해가 솟아오르는 장면을 우리들은 보았다. 아이들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곳저곳에 눌러앉아서 마음의 진정을 찾고 있었고 선생님들은 한 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어른이지만 비 오는 새벽에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오는 버스 안이 편안하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었을까, 태양은 그 미광을 세상을 향해 내던지고 붉은 띠를 두르며 솟아올랐다. 잠시 동안이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 광경을 넋 나간 좀비처럼 입을 헤 벌리고 바라보았다. 어제도, 10일 전에도, 100년 전에도 해는 그렇게 비슷한 모습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태양은 앞으로 백 년 후까지 저런 모습으로 저곳에서 하늘로 매일매일 솟아오를 것이다.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다. 변하지 않는. 그런 자연의 법칙 같은 것.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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