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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4. 2021

비는 소바와 티라미수를 타고 23

단편 소설


23.


 “이봐요 당신, 무슨 생각 해요? 앞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요. 그러다가 빨리 늙는 다구요”라며 그녀는 티라미수를 집어먹던 포크로 내 어깨를 찔렀다. 비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비라는 것 역시 태양처럼 같은 모습으로 변함없이 대지에 자양분을 공급해주고 있었다. 나는 살아있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응, 수학여행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나의 첫 수학여행에 대해서 말이지.”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내 말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관찰하려는 듯 바짝 얼굴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겨울비가 운치 있다고는 하나 나는 여름에 주룩주룩 세차게 내리는 비가 좋았다. 생동감이 비에 듬뿍 담겨 있었다. 이렇게 폭력적으로 죽죽 내리는 비가 좋았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는, 바다에 떨어지는 빗줄기가 강해서 콩나물 대가리를 크게 만들어내는 여름에 쏟아지는 비가 좋았다. 살아있음을 실감케 해주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에 젖어 있는 걸 보니 수학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나 봐요. 들려주세요.”


 “아니야, 이야기할 만한 것은 없어. 단지 그때가 생각난 것뿐이야.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느렸잖아. 덜 복잡하고 말이지.”     


 그녀는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라며 눈빛과 미소를 짓고는 먹던 티라미수 케이크를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티라미수 역시 카페에서 팔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티라미수보다 맛있었다. 부드러움은 거품처럼 녹아내렸다. 입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주는 티라미수였다.


 “이렇게 크고 맛있는 티라미수는 어디서 판매하지?” 나는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설마요, 무슨 소리예요? 이렇게 큰 티라미수를 파는 곳은 없어요.”


 “그럼?” 나는 치킨 키예프를 먹던 포크로 응당 티라미수를 집어서 입에 넣으며 의아해했다.      


 “직접 만들었죠.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녀의 당연함에는 남들이 모르는 일반론에서 벗어난 당연함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일반론에서 벗어난 당연함이 깃들여진 티라미수는 물리지 않았다. 정말 부드럽고 담백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신들의 음식이라는 뜻이에요.” 그녀가 포크에 묻은 티라미수를 빨아 당기며 말했다.


“아마 아닐걸.” 나는 말했다.


 “그래요? 그럼 아닐 거예요.” 그녀는 쉽게 포기하고 웃었다.     

 

 어째서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건 치킨 키예프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데.라고 생각을 했다.


 “티라미수는 일본에 토가쿠시 소바를 먹으러 갔다가 만들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그녀는 내 생각을 읽어 버리듯 말했다.


 “흐음” 점점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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