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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5. 2021

비는 소바와 티라미수를 타고 24

단편 소설


24.


 “토가쿠시소바?” 하고 나는 그 소바가 무엇인지 몰라서 그녀에게 물었다.


 “네, 그곳의 소바는 정말 맛있어요. 아주 특별해요. 일본에 있는 친구가 저를 데리고 그 지역에서 가장 맛있게

하는 곳에 가주었어요. 백 퍼센트 예약제에다가 찾아가는 길이 초행길이면 잘 찾아갈 수도 없는 식당이었어요. 주인은 몇 대가 이어서 하는 집이라 식당이라는 느낌보다는 아주 오래된 신사 같은 분위기가 강하게 드는 곳이었어요. 그래 봐야 식당이에요.”     


 나는 잠시 일본의 신사를 떠올렸다. 상상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돈이 들지 않는 이런 상상을 종종 하는 편이다. 신사의 모습은 책으로 밖에 느껴보지 못한 부분이라 여러 가지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끝에는 불국사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끝이 나버렸다.

    

 “그곳은 료칸처럼 메밀소바가 나오기 전에 여러 가지 오르되브르가 나와요. 눈으로 보면 요리라고 부르기에 민망할지도 모르는 음식들인데, 음식을 담는 접시에는 공간이 많아요. 한국의 분식집처럼 접시의 공간을 없애지 않아요. 여백을 많이 두죠. 눈으로 이미 맛있는 요리를 먼저 먹어요. 그리고 입으로 집어넣으면 너무 맛있어요. 당신의 표현법으로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말이에요.”     


 맙소사.     


 그녀는 소바의 맛이 생생한 듯 담배를 입에 물었다. 비에 젖은 담배는 그녀의 소유물인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려는 듯 등이 굽은 벌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벌레의 꼬리 부분을 그녀는 입으로 물었다.


 “아주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은 예술품 같았어요. 네 숟가락 정도의 죽에 계란말이가 들어있는 그런 단순한 요리가 소바가 나오기 전에 나왔어요. 젓가락으로 한 번 집어먹으면 없어지는 그런 음식 말이에요. 병정들처럼 끊임없이 나왔어요. 소바를 먹기 전까지 일렬횡대로 차곡차곡 걸어가는 그런 병정들처럼 요리들이 줄지어 나오는 거였어요.”    

 

 “그렇지만 배가 부르지는 않아요. 정말 신기하죠. 그리고 우리가 기다리던 소바가 나왔어요. 그저 소바였어요. 솔직히 소바를 먹지 않아도 전 괜찮았어요. 소바를 먹기 전 이렇게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것에 만족했어요. 소바는 굵기가 얇아 보였는데 어디에서나 보는 그런 소바의 모습이었어요. 대나무 소쿠리에 담겨 나온 소바는 5등분이었어요. 나는 친구에게 왜 5등분일까?라고 물었고 친구는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서 나에게 대답을 해주었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단지 그 지방의 토착성과 관련이 있는 듯해요. 소바의 맛은 그 앞의 오르되브르를 물리치기에 충분했어요. 완벽했다는 말이에요. 음식을 먹는데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참 신기했어요. 어째서 음식 따위를 먹을 뿐인데 그런 기운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니까 이렇게 이 음식을 입안으로 집어넣는 거야. 이건 마치 하나의 작은 의식, 표상적인 귀결의 반복에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심층적인 부분을 많이 차지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느낌을 일깨워 주게 했어요. 그리고 이상하지만 내가 여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고작 소바 주제에 말이에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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