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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8.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47

15장 6일째 저녁

447.


 마동은 자신의 변이를 삶의 한 부분이라 여기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괴수 같은 마동의 변이체는 액체 같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허물렁 거리는 액체가 되어서 마동과 대면하고 있었다. 마동이 팔을 들어 올리니 거울 속의 액체도 팔을 들어 올렸다. 마동은 이제 더 이상 거울 속에 모습이 비치지 않았다. 투명한 물처럼 마동의 모습은 반사시킬 수 있는 그 어떤 반사 물체에도 리플렉션 되지 않았다. 거울 속에서 팔을 들고 있는 액체는 마치 환멸이 뭉쳐져서 덩어리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환멸 덩어리는 말랑한 젤리와 흡사한 소름 끼치는 모습을 하고 마동을 따라 했다. 마동은 팔을 내렸다. 거울 속의 환멸 덩어리도 팔을 따라서 내렸다. 거울 속의 모습은 마동의 과오가 만들어낸 피붙이의 허상이 자아낸 환멸 덩어리일지도 몰랐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거울 속의 또 다른 마동 자신은 실체였다.


 “넌 왜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거지!” 마동은 거울을 향해 큰 소리를 쳤다. 흐물흐물거리던 액체를 향해 마동은 소리를 지른 후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거울 속의 액체는 마동의 움직임에 따라서 움직이다가 액체는 서서히 연기가 피어올라 기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기체로 바뀜과 동시에 누린내를 욕실 안에 진동시켰다. 기체는 거울 속에서 성난 파도처럼 움직임이 격렬했다. 기체는 거울 속을 빠져나오려는 듯 좌우로 휘몰아쳐가며 거울의 모서리에 부딪쳤다. 기체가 거울의 가장자리에 부딪힐 때마다 하얀 젤리처럼 생긴 기체의 몸은 일그러졌다.


 거울은 기체의 격렬한 움직임에 깨지려고 부르르 떨렸다. 기체는 거울 속에서 심하게 요동을 치고서는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리고 기체는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형상은 또렷해지더니 는개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거울 속에서 마동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마동의 내재적 갈등은 폭풍처럼 거칠어졌으며 는개는 실체가 아니었음에도 거울을 향해 마동은 그녀가 내민 손을 잡으려 했다. 는개는 거울 속에서 아름다운 나체를 전부 드러낸 채 마동에게 손을 뻗어 마동을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는 거울을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은 하얀 젤리로 붙어있었다.


 는개를 향해 손을 뻗은 마동의 손은 전혀 자신의 손 같지 않았다. 마동의 팔에 붙어있는 묵직한 돌멩이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손이라기보다는 손의 형상을 하고 있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마동은 돌멩이 같은 손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다시 거울 속의 그녀를 보았다. 눈앞에 는개가 있었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녀의 눈동자도 젤리로 변하고 코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얼굴의 형상은 알아볼 수 없게 변해 버렸다. 입은 크게 벌어지고 벌어진 입은 초콜릿 공장이 녹아내리듯 허물어졌다. 허물어져 내리던 는개의 벌어진 입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거울 밖으로 상당한 누린내가 풍겨왔다. 연기를 뿜어내던 입은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젤리 같은 그것이 송곳니를 만들어냈고 지저분하고 먹이를 노려보는 짐승의 거친 숨소리까지 냈다. 눈동자는 인간의 눈동자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곧 피를 흘릴 것처럼 눈알이 빨갛게 피가 고여 있었다. 거울 속에서 나오려는 듯 으르렁 거리며 마동을 향해 거울을 계속 내리쳤다. 거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곧 깨질 것 같았다. 환희에 찬 짐승의 모습을 한 그것의 머리 주위에는 하얀빛의 띠가 헤일로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마동은 큰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가만히  내버려 둬!”라며 자신의 손처럼 느껴지지 않는, 돌멩이 같은 손으로 거울을 깨트렸다. 거울은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거미줄 같은 모양새로 조각이 났다. 그중 몇 개의 조각은 세면대로 떨어지면서 또 다른 조각을 만들어냈다. 거미줄처럼 갈라져 깨진 거울 속에는 여러 개의 마동의 모습이 보였다. 조각난 거울에 비친 마동의 얼굴에 파란 실핏줄은 보이지 않았다. 여러 개로 조각난 거울 속에 비친 마동의 눈동자는 모두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마동은 거울을 주먹으로 내리쳐 깨트렸지만 손에는 피는 흐르지 않았다. 주먹을 쥔 손가락의 살갗은 거울에 찢어져 살점이 벌어졌고 그 속의 속살이 드러났지만 피는 나오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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