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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7.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46

15장 6일째 저녁

446.


 지금 거울에 얼굴을 비쳐본다면 어제처럼 실핏줄이 파랗게 드러나 있을 것이다. 눈이 아파왔다. 아픔은 점점 크게 다가와 고통스러웠다. 철탑 인간에게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픔은 조금씩 부풀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구토가 올라왔고 마동은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얼굴을 묻고 토악질을 했다. 커피의 향이 거북하게 올라왔고 약간의 위액이 기도를 통해 입으로 흘러나오려 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카페의 주인이 오래전 쏟아지던 빗속에서 지렁이 수천마리에 갇혀 두려움 때문에 심장의 고동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마동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천공의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렸다. 누린내가 강하게 났다. 하나의 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누린내가 아니었다.


 이건 카페 주인이 경험했던 수천수만, 목 없는 사람들이 서로 몸을 뒤섞으며 내는 누린내였다. 누린내는 하나의 큰 구를 만들었다. 한꺼번에 큰 공 같은 구를 퍽하며 터트려 터져 나오는 냄새처럼 독하고 역겨웠다. 마동은 욕실의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었다. 손으로 수도꼭지를 만지는데 손끝으로 전해지는 수도꼭지의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마동은 수도꼭지를 만졌던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이 손바닥은 내 손바닥이 아니다.


 마동은 고개를 들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거울 속의 세계와 마동이 서 있는 세계는 온도의 차이가 있었다. 거울 속에는 냉기 서린 서늘한 공간이 존재했고 그 공간에서 미약한 모습으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마동 자신이 있었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그저 차가운 세게 속에서 알 수 없는 생물체가 나와 마주 대하고 서 있을 뿐이다.


 마동의 눈에 들어온 자신의 모습은 인간 생명체의 모습과는 다른 하나의 물체라고 불릴만했다. 물체라고 불릴만한 또 다른 자신이 마동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 있는 마동의 그림자가 빠져나가 거울 속에서 또 하나의 상을 만들어냈다. 마동을 노려보고 있는, 온도가 차가운 거울 속 초자아의 머리 위에는 동그랗게 돌아가는 빛의 띠가 눈에 띄었다. 마동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류 형사가 목격자에게서 들은 괴수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것이 쳐다보는 눈빛은 불사의 시간을 건너뛰고 마동을 따라온 너구리의 눈빛과 다름없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거울 속의 마동은 어떤 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밤과 낮의 교차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마동은 거울 속의 자신의 또 다른 변이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마동은 거울 속 자신의 변이체와 이제 완전하게 합일되는 모습을 떠올리고 그 나름대로의 모습도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마동 자신은 그대로 체제가 형성되면 완성체의 형체를 지님과 동시에 마동은 변이체에 집적되어서 모든 것이 흡수되고 잠식될 것이다. 마동은 받아들인 자신의 변이체를 데리고 의도했던 세계로 가버린다. 그리고 나면 다가오는 무서운 저것은 그저 비만 뿌리고 사라질 것이다. 남아있는 이곳은 조화와 균형의 패턴을 이어가며 고요하고 평화로운, 슈베르트의 숭어의 한 장면 같은 나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 세계를 떠나서 저 먼 끈적끈적한 어둠의 세계에서 시력과 의식을 잃어가며 무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세계는 춥고 황량하고 땅바닥은 너무 딱딱해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는개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고 어둠의 세계가 무서웠다. 하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시력이 사라지고 나면 몇 달 동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일 년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면 그것대로 자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삶에 적응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팔 한쪽이 없는 사람이 음식도 잘 만들고 운전이 가능하며 달리기도 문제없는 것처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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