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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7. 2021

런던 팝에서 3

단편소설


3.


 나는 그녀를 처음 보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나를 몇 번이나 봤다고 했고 작업하는 스타일도 유심히 체크했다는 것이다. 어떻든 그녀와 일을 한지도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그녀는 5일 출근하는 동안 옷이 전부 달랐다. 그리고 옷은 깔끔한 정장 스타일이었다. 헤어스타일도 늘 단정했다. 머리를 어깨 밑으로 흘러내렸고 아침마다 고대기를 열심히 말고 오기 때문에 뒤에서 봐도 헤어스타일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사무실에 있을 때에도 슬리퍼로 갈아 신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발이 아플 법도 했지만 슬리퍼는 늘, 자주 안타까워 보였다. 책상 밑에 늘 정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그에 비해 나의 옷차림은 늘 비슷했고 청바지에 3일씩 같은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회사라고 불리기에는 뭣하기 때문에 크게 복장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옷차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머리를 감지 않고 나와서 모자를 눌러쓰고 작업을 했고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가기 싫어서 출근을 하면서 롯데리아에서 불고기 버거를 소스 없이 주문하여 들고 오거나 김밥을 배달해서 주로 먹었다.


 가끔 회식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그녀와 단둘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의 누군가가 늘 있었다. 아마도 나에게 이렇게 로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회식을 하는 것 같았다. 회식을 하게 되면 어떻든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나는 먹는 것에 열중하는 편이었다. 회식이 끝나갈 때는 거래처 누군가는 취해 있었고 그녀도 약간은 얼굴에 취기가 돌았다.


 “김 실장하고 홍 사장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닌가?"


 거래처에서 나온 이상택 대표라는 남자가 술이 되어서 껄껄 거리며 말을 했고 그녀와 나는 서로 마주 보았지만 우리에겐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지 않았다. 이상택 대표는 우리를 아주 잘 봐주는 그런 인물로 넉살이 좋고 이 바닥에서는 잔뼈가 단단할 만큼 단단했다. 내 생각에 그 대표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거래처가 끊이지 않게 연결을 해 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 그 대표는 그녀에게 도를 넘는 이상의 언행은 하지 않았다. 거래처의 대표가 술이 되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은 아마도 그녀가 그런 말을 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에게 보이는 관심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이었다.


 여름이 되면 그녀의 치마도 당연하지만 짧아졌고 민소매의 옷을 입었다. 그녀에게는 늘 이채롭고 좋은 향이 났고 손톱은 관리를 받기 때문에 정갈하고 깔끔하고 예뻤고 무엇보다 남자들이 바라는 손톱 모양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일했던 업체에서도, 그리고 거래를 하는 업체에서도 그녀에게 남자의 소개가 많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늘 거절했다. 그랬던 그녀가 하루는 나에게 회식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누워 잠들기 전에 나는 늘 생각한다. 그녀에 대해서 깊게. 그리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내가 왜 끌리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게 깊게 생각한다.


 끌리지 않는다고 해도 손을 잡을 수 있고 몸을 나눌 수 있지만 어째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생각을 했다. 먼저 나는 그녀에 비해 초라하다는 이유를 갖다 붙인다. 외모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타입의 인간이 아니라고 합리화를 했다. 하지만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내가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에 전혀 들지 않았다. 그것보다 근원적인 부분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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