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제비를 십 년 동안 거의 보지 못했다. 제비가 사라진 것이다. 제비가 왜 전부, 몽땅 이 도시에서 사리진 건지 모르겠지만 도시라서 사리진 것 같다. 도시가 가지는 호러블 한 성격 때문에 자연스럽게도 제비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겨울이 지나면 제비를 늘 볼 수 있었다. 봄이면 찌그러져가는 동네의 기와집 처마 끝에는 제비가 들어와 새끼를 낳고 동네 사람들은 멀찍이서 그 광경을 구경하곤 했다. 어미 제비가 밖에서 사냥을 하고 들어와 죽어라 울어째기는 새끼들의 주둥이에 먹이를 넣어 줄 때는 방해되지 않게 어른들은 아이들을 마당에서 조용하게 시켰다. 모두가 숨죽여 그 광경을 지켜보느라 신기해했다. 여름이 지나면 새끼 제비들은 제법 제비의 모습을 갖추었다. 어린 제비들이 날갯짓을 시작해서 제비집을 드나들면 제비의 본격적인 비행을 볼 수 있다.
제비의 비행은 인간 가까이 생활하는 조류 중에 가장 경이롭고 신비롭다. 무척 빠르고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처럼 도로에 바짝 붙어서 피융하며 비행을 하기 때문에 제비의 비행을 보고 있으면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제비의 비행을 어린 시절에는 많이 봤다. 길을 걸으면 제비가 슝하며 옆으로 날아간다. 도로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져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는 제비를 보면서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 야호!
미술시간에 뭔가를 만들 때면 어김없이 찰흙으로 제비를 만들어서 말려서 물감으로 칠하곤 했다. 물론 삐뚤빼뚤 이상하지만 뭔가를 만들면 열심히 제비를 만들었다. 참새보다 예쁘고 물수리보다 더 날렵했다. 밖에만 나가면 제비들이 활공했고 전깃줄에는 제비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늘 볼 수 있었다. 기와의 처마 끝에는 제비들이 지저귀고 제비 덕분에 사람들이 마당에 자리를 잡고 놀기도 했다. 옆 집 아줌마의 딸내미 수정이도 왔기 때문에 나는 좋았다. 이 모든 게 제비 덕분이었다.
하지만 도시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졌다.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집집마다 한 대씩 있던 자동차들이 대가리당 한 대씩 늘어났고 주택단지는 다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모든 곳을 점령했다. 제비는 더 이상 신나게 비행을 할 수가 없었다. 날개를 펴 100미터도 가지 못하는 곳으로 점점 변했다. 제비들은 점점 살기가 어려웠다. 제비들은 점점 이 도시를 떠났다. 제비가 떠났다고 해서, 아파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았다고 해서 사람들 살기가 더 좋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늘 팍팍하다고 한다.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며 도시를 일궜지만 제비는 이제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랬는데 근래에 조깅을 하면 제비의 비행을 보는 날이 늘어났다. 폰카메라를 꺼내는 동안 벌써 날아가 버리고 만다. 카메라에 담지 못해 조금 아쉽지만 눈으로 제비를 좇을 수 있어서 좋은 요 며칠이다. 제비가 봄에 이 곳을 찾았다는 것이 반갑고 비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러고 보니 제비가 비행을 하며 지나간 하천의 조깅 코스를 달리면 새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특히 비가 오고 난 직후에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코로나가 세계에 도래한 이후 종적을 감췄던 동물들이 인간만 누리던 도심 속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앞다투어 뉴스로 내보내기도 했다. 거대한 동물부터 오리들까지 차들이 멈추어 버린 도로에는 많은 동물들이 나왔다. 이 도시에서 제비가 없어진지는 아마도 십 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철만 되면 자주 나타나던 제비가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누구 하나 제비가 없어진 것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는다.
요즘 제비 봤어?라고 물어봐야 제비? 라며 제비를 한 번 떠올려 볼 뿐 제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거나 제비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제비는 인간들이 덜 움직이니까 곁으로 와서 예전처럼 비행을 한다. 그러니까 제비는 소멸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생존하기가 어려워서 이곳을 떠나서 어딘가에서 겨울이 오기까지 지냈던 것이다. 자기 집으로 여기고 왔지만 자기 집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곳을 찾아서 열심히 헤맨 것을 생각하니 딱하다.
철새는 자신의 이동경로가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로 갔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그 길은 너무나 험하고 멀고 위험하지만 철새들은 목숨을 걸고 그 먼 거리를 비행해서 자신의 집이라 여기는 이곳까지 오는 것이다. 인간처럼 여러 잡다한 쓸데없는 정보를 집어넣지 않는다. 오로지 각인된 정보를 통해 자신이 머물렀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철새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소설로 한 번 적어봤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309
하지만 코로나 덕분에 제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제비의 비행을 보고 있으면 아슬아슬하면서 신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점점 제비가 늘어나서 좋은데, 코로나가 인간의 의학에 의해 잡히게 되면 다시 사라질까. 그러면 제비는 또 어디에서 이 계절을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