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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8. 2021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왜 뒷이야기를 계속할까

일상 에세이


유튜브에서 먹방만큼 인기가 많은 채널이 영화 관련 채널이다. 영화 해석이나 영화 리뷰, 오래전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의 최근 근황,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공포영화만 올리는 채널, 마블의 세계관을 해석하는 채널, 일본 영화만 올리는 채널, 19금 영화만 리뷰하는 채널 등 아주 다양한 영화 채널이 있고 또 대체로 전부 인기가 많다.


그만큼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또는 봤던 영화나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엘리베이터를 타면 대부분 방금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면 영화는 망했다고 보면 된다. 유명 영화 음악 감독은 일반 시사회가 끝나면 바로 화장실에 간다고 한다. 거기서 소변을 보며 영화 음악을 흥얼거리면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고 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보고 친구와 통화하면서 그 이야기를 하니 꼰대 아버지가 도대체 영화 이야기가 밥을 먹여주냐, 뭣에 도움이 되냐 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삶에 도움이 안 되니 당장 치우라는 거였다. 드라마나 영화는 삶에 도움이 전혀 안 될까. 그리고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왜 영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것일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러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나가는 이유도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취준생이 경쟁률이 엄청난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매일 시간을 쪼개 그 많은 과목을 공부하는 이유도 당연하지만 행복을 위해서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묘하고 짜릿한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마치 봄에 피는 벚꽃처럼 잠시 활짝 피었다가 곧 무화(無化)된다.


회사에서 월급이 올라서 행복해도, 진급을 해서 행복해도, 취업에 성공해서 공기업에 출근하여 행복해도 그 순간은 금방 끝난다. 곧 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고, 더 복잡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고, 더 돈이 필요해서 피곤하고 덜 행복한 나날들이다. 행복의 순간이란 잠깐이다. 취업에 합격했을 때 그 기분을 2년 뒤 오늘에도 똑같다면 그 사람은 행복의 기준이 남다르겠지만 일탈 같은 행복도 일상이 되면 그저 그런 삶일 뿐이다. 벤츠를 구입해도, 에르메스를 들어도 3년이 지나면 그저 그런 생활 속의 가방과 자동차 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 속에서 가장 큰 일탈을 맛보는 기쁨은 영화나 공연에서 얻는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고작 두 시간 정도면 영화는 끝이 난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두 시간 정도의 행복을 맛본다. 그리고 그 짧았던 행복을 길게 끌고 가고 싶어서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영화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영화를 이야기하며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맛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투영하면서 나를 본다. 영화 속 초현실을 비틀어서 현실을 직시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한 일상을 버텨낼 힘이 없다.


어제는 오랜만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봤다. 스무 살의 미오가 9년 후의 미래로 가서 아이오와 자신의 아들인 유우지를 만나고 오는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엉망진창의 이야기지만 레인 시즌이 되면 어쩐지 보게 되는 아름다운 영화. 말이 되지 않아서 말이 될 만큼 예쁜 영화다. 영화 속에서 미오는 아이오에게 계속 같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설령 일찍 죽더라도 같이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기 때문에 나는 괜찮다고 한다. 지금 그 대사를 들으면 더 몽글몽글하다. 다들 잘 알겠지만 다케우치 유코는 가장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계절에 죽고 말았다.

https://youtu.be/gwpXMS4WnZ0

그렇게 비가 되어 버린 유코 씨, 그곳에서는 행복하길 바랍니다.

미오는 오래 살 수 있는 미래를 선택하지 않고 아이오를 만나러 간다.

 

짧은 시간이라도 사랑하는 두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택하겠어,

나를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대사는 이 영화와 함께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누구든 그 권리를 빼았어도 안 된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끓어올랐던 이 행복한 기분을 다음 영화를 볼 때까지 길게 끌고 가고 싶다. 그러면 일상이 비록 지질하고 재미없지만 덜 불행하게 보낼 수 있다. 주위가 행복해지려면 먼저 나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 힘들고 지치고 미칠 것 같을 때 적극적으로 힘들다고 말하고, 진짜 미치기 직전까지 미치자. 그러고 나면 조금은 행복에 가까워진 나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f4LKlOyC-To

털보 아저씨의 이런 그리스 음악은 또 여름에 잘 어울리지


데미스 루소스도 불과 몇 해 전에 죽었다. 2015년 이전에는 지구 상의 공기를 마시며 우리와 함께 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다.라고 말하는 건 학생 때부터 데미스 루소스의 앨범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올림픽만 되면 나오는 불의 전차의 음악을 만든 반젤리스와 함께 활동했던 데미스 루소스.  데미스 루소스는 각국마다 대 저택이 있고 고양이의 밥그릇도 온통 금으로 된 고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데미스의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85년도 인가? 이미 유명해졌을 때 데미스가 탄 비행기가 납치가 되었다. 납치범들은 비행경로를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비행하기를 기장에게 명령했다. 그때 납치범 중 한 명이 데미스 루소스를 알아본 것이다. 그 납치범은 세기의 데미스를 실제로 보고 실제로 노래를 듣고 싶었다. 데미스는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덩치에 비해 아주 미성인 데미스의 노래가 납치된 비행기 안에 울려 퍼졌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납치범들은 비행기 납치를 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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