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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4. 2021

최 흑 오 1

단편 소설


하루키 오마주


1.

 그 공명을 처음들은 날은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그리고 비는 이후로 자주 내렸고 공명은 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들렸다. 장마시즌이라 비는 계속 내렸다가 소강을 반복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오래된 나의 차를 운전하는 것도 평소와는 다르다. 성에가 많이 끼기 때문에 추운 날에도 뜨거운 바람으로 전환해서 에. 어. 컨. 을 틀어야 했고 설명하기 힘든 냄새도 났다. 일하는 건물의 지하주차장도 비가 오는 날이면 습기가 엄습하고 비를 몰고 주차를 한 자동차들 때문에 거대하고 축축한 공간의 덩어리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주차장은 자동차 안에서 나는 냄새의 원형 격인 방대한 퀴퀴함이 가득했다. 건물은 30년이나 된 오래된 빌딩으로 건물주가 없기에 그동안 제대로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시간은 아마도 이 건물에서 일을 하는 사람 치고는 내가 제일 늦은 축에 속했다. 밤 열한 시가 되면 마무리를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면 녹색 바닥의 주차장은 외부와는 다른 모습을 한 세계를 연상케 했다. 지하주차장은 4층까지 있는데 나는 늘 제일 밑의, 제일 구석에 있는 자리에 주차를 했다. 차를 빼서 주차장을 나오면 건물 주차장 입구에 작은 화단이 있는데 거기에 심어 놓은 무화과나무를 볼 수 있었다. 건물과 어울리지 않지만 30년 전에 건물 주차장 입구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서 거기에 무화과나무를 심었는데 주차장을 빠져나오면 제일 먼저 그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관리하는 사람도 없지만 무화과나무는 내리는 비를 맞고 그동안 잘도 지내서인지 가끔 무화과 열매를 맺어 사람들에게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기계실에서는 열매가 맺힐 때마다 따 먹었다.    


 애인이 있지만 주말마다 만났다. 가끔 애인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특히 드문 일이었다. 나는 건물의 2층에서 작은 스튜디오를 하고 있다. 스튜디오라고 하지만 5평 남짓의 아주 작은 공간에서 인상사진만을 찍을 뿐이다. 돈이 되는 가족사진이나 아기 사진 같은 건 촬영하지 않았다. 후자의 경우 손도 많이 가고 작업을 잘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후에 안 좋은 소리까지 듣는 경우도 있고 해서 그저 눈앞에서 모든 것이 끝이 나는 증명사진이나 인상사진만 찍을 뿐이었다. 그래서 부의 축적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래된 건물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산이라고 하는 건 비어있는 시간이어서 책을 읽거나 사진관의 작은 공간에 음악을 풍부하게 틀었다. 여러 음악을 하루 종일 풍성하게 듣는다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그럼에도 생활하는 것에 큰 지장은 없었다. 8년 전에 시작해서 어느 정도 이곳을 좋아하는 단골은 꾸준하게 이곳만 찾게 되었다. 미용실이나 사진관의 특징이라면 마음에 들게 해 주면 그곳을 지속적으로 찾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사진이나 가족사진은 단발성으로 끝나지만 증명사진은 어떻든 몇 번 찍어야 하니 스쳐가는 사람보다는 계속 오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단골이 되어 버리면 이곳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가서 생활을 하더라도 그 단골이 다시 이 지역으로 오는 날이면 시간을 들여 내가 운영하는 사진관을 찾아서 사진을 찍고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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