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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9. 2021

최 흑 오 6

단편 소설


6.


 “보기보다 시간이 앞당겨졌어요. 당신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준비를 말하는 겁니까? 여기를 벗어나야 하는 것 말입니까? 그렇지만 처음 보는 손님의 말을 듣고…….”


 “우리는 일 년 전에도 여기에서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어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쥐들이 한 짓입니다. 여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점점 이상한 일에 당신은 말려들게 됩니다. 쥐들이 당신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어요. 이미 30년 된 나무가 사라지지 않았나요?”


 “네, 그렇기는 하지만.”


 여자는 알고 있었다. 무화과나무가 있는지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다. 건물에서 일을 하거나 가게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인지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아마 오늘도 지하주차장 3층과 4층 사이에서 소리가 날 겁니다. 그 소리는 쥐들이 내는 소리입니다. 보통의 쥐가 아니에요. 세상에 없는 소리예요.”


 여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소리, 공명에 대해서. 나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기 위해 기계실을 찾아가서 수십 대나 되는 지하주차장의 모니터를 확인한 적도 있었다. 모니터로는 아무것도 확인이 되지 않았다. 몰래카메라의 화질은 나날이 좋아지는데 시시티브이의 화질은 90년대 초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것 같았다. 주사선이 많거나 꺼져있거나, 자동차들의 움직임도 뚝뚝 끊기는 등 화질이 좋지 못했다. 그런 시시티브이로 소리의 존재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계실의 직원에게 소리를 설명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그건 꼭 영혼을 쥐어짜는 소리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쥐는 그런 소리를 내지 않거든요." 나는 여자에게 겨우 말을 했다. 여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곧 손가락으로 출력이 되어 있는 여권사진을 가리켰다. 아, 나는 여권사진을 들고 커팅 작업을 했다. 사진을 자르면서 곁눈질로 여자를 쳐다봤는데 여자는 역시 미동 없이 앉아서 한 곳을 응시하고 나를 기다릴 뿐이었다.


 “일반적인 쥐는 그런 소리를 내지 않죠. 하지만 당신이 들은 그 소리는 쥐가 내는 소리가 맞아요. 일반적인 쥐들이 아닌 쥐들의 소리예요. 당신은 준비를 빨리 해야 해요.”


 “제가 무슨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쥐들이 어째서 나에게 오는 것입니까?”


 “당신은 이대로 몹시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당신은 그 일이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는 채 빠져들어 결국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쥐들이 당신의 몸에 접속할 거예요. 쥐들은 당신을 선택했어요. 당신의 기억은 슬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 틈을 두었다. “당신은 제때에 제대로 말을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그때 그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가 버렸어요. 그래서 조금 일그러져버린 틈 사이로 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 같아요. 틈이라는 건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쥐들은 그 틈을 이미 통과를 했다는 거예요. 그것이 무엇보다 당신에게 중요한 문제예요.”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건 무엇을"까지 말했는데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비바람에 대역죄인 같은 몰골이었다. 머리는 마구 치솟았고 얼굴과 몸이 비에 젖어 형편없었다. 손님은 여자 두 명으로 둘 다 운전면허증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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