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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2. 2021

최 흑 오 9

단편 소설


9.

 지금 사진관에서 이루어지는 사진에 관한 행위는 사진을 찍는 이의 고유의 몫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저작권을 가지고 사진이 나올 때까지 사진사의 작업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사진은 촬영하는 행위가 아니라 만들어지는 행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저 손님을 위해 노동을 하는 노동자로서 상업사진이란 더 이상 예술의 경계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면서 인간과 사진의 관계라든가 사진이라는 예술이 먼저 나온 모든 예술보다 나이가 적어서 좋은 사진을 담아야 하는 관념인데 지금은 완벽하게 벗어나고 있었다. 이제 사진은 인화보다는 파일로 존재하여 비슷한 사진이 대량 생산되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앞으로 상업 사진관은 사람들에게 멀어지고 사라질 것이다. 몇몇은 살아남아있겠지만 그건 아마도 거대 자본에 귀속한 형태로 남아있을 뿐이다.


 증명사진 속의 주인공 손님은 사진이 출력되는 크기로 보여 달라고 했다. 두 여자 손님에게 모니터로 사진을 작게 보여 주었다. 여자는 한 마디 했다. “저 아닌 거 같은데요. 전혀 내 얼굴이 아니에요. 이건 정말 이상해요. 저 이 사진 안 할래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동행도 “이건 얘의 얼굴이 아니에요. 완전히 얘의 얼굴에서 변했어요. 이건 아니잖아요. 왜 이렇게 수정을 했어요?”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정 마음에 드시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다른 사진관에서 찍으셔도 됩니다”라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했다.


 “뭐라구요? 다른 곳으로 가라구요? 여기에서 이만큼 시간을 들였는데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라니? 그런 말이 어딨어요! 마음에 들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화를 냈다.


 “이거 완전히 손님을 마음대로 생각하는 심보잖아. 이거 휴대폰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자”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다시 촬영을 해주겠다고 했다. 두 시간 가까이 되어 갔다. 중간에 온 다른 손님은 기다리다 가버렸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생각을 하니 나는 깜깜했다. 같은 얼굴을 여러 번 찍고 수정을 한다는 것은 점점 사진의 의미를 잃어갈 것이 뻔했다.


 그때 선글라스의 여자가 두 명의 여자에게 “당신들 옥암동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새로 생긴 ‘시스터 포토’에서 온 사람들이지? 여기 상가협회에서 알면 곤란할 텐데”라고 말했다. 두 명의 여자는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고 그 순간 사진을 촬영한 여자의 얼굴이 모니터 속의 얼굴처럼 현실에서도 비틀어져 보였다. 눈썹 한쪽이 위로 올라감과 동시에 눈도 코고 입술도 모두가 한쪽 위로 올라갔고 턱은 옆으로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당신은 누군데 참견이에요?” 머리가 긴 여자가 말했다.


 “상도에서 벗어나는 짓을 하는 건 상가협회에서 금지하는 거라고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인터넷에 올려 손님을 끊기게 만드는 비열한 짓을 하는 걸 협회에서 알면 뭐라고 할까. 그렇게 되면 당신들도 이 바닥에서 발붙이고 장사를 하기 힘들 텐데.”


 여자 두 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나에게 하던 공격을 선글라스의 그녀에게로 옮겼다.


 “아, 이제 보니 이 두 사람 그렇고 그런 사이 구만. 당신들"까지 말했을 때 선글라스의 여자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의 화면에 터치를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여자 두 명이 한 이야기가 다 녹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 녹음파일을 메일에 첨부하여 상가 협회장의 메일에 보내기만 하면 돼.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거든. 손님으로 가장한 이런 치졸한 일도 다 폭로가 될 테고 손해를 보는 쪽이 누구인가 잘 생각해보도록 해요.”


 최흑오는 아주 차분했다. 목소리의 톤이 일정했고 전혀 떨림이 없었다. 사진 속의 여자는 어쩐지 얼굴이 더 틀어졌다. 마치 지우개로 문댄 것처럼 얼굴이 비틀어져 있었다. 주로 말은 머리가 긴 여자가 했는데 단발의 여자는 고개까지 비스듬하게 꺾여 있었다. 비대칭이 심한 건 평소 안 좋은 자세와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여자는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않고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다니면서 다른 곳을 파괴하는 것보다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인들의 가게에서 개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두 명의 여자 중에 머리가 긴 여자가 가방을 챙기더니 단발의 여자를 끌었다.


“없었던 일로 하죠”라며 두 명의 여자는 비가 오는 가운데 두 시간 만에 왔던 길로 다시 나갔다.    


 “이 모든 게 쥐들이 하는 짓이에요. 당신에게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군요. 처음에는 한두 달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과 같은 일에 당신은 계속 휘말리게 될 거예요. 그러다가 벌어진 틈으로 나온 쥐떼에게 몹시 기이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모르나 아주 무서운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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