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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1. 2021

최 흑 오 8

단편 소설


8.

 “아니 그럼 뭐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여기 사진관 참 이상하네. 머리를 다 묶으라는 말이에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으레 당황할 일이지만 나는 침착하게 컴퓨터 모니터로 인터넷을 열어 검색하여 운전면허증 사진에 관한 규정을 보여주었다. 여자는 훑어보더니 눈썹과 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혼자서 화를 냈다.


 한 시간이 흘렀다. 이 여자 두 명은 정말 사진을 촬영하러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찍고 사진을 사용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 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선글라스의 여자는 앉아서 가만히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고 난 후 곧바로 컴퓨터 모니터로 여자의 얼굴을 보여주며 보정작업을 해 준다. 모니터에 띄운 여자의 얼굴은 상당히 비대칭이었다. 입술 한쪽이 많이 올라가 있었고 그쪽의 콧구멍과 코도 올라가 있었다. 눈썹 높이가 달랐고 한쪽으로만 누워서 잠을 자는지 한쪽 귀가 납작했다. 다섯 컷을 찍어서 모니터에 띄웠는데 여자는 사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찍어 주세요”라고 했다. 나는 어느 부분이 이상해서 그러냐고 물었다.


 “이것 보세요, 거울로 봤을 때는 내 얼굴이 이렇게 삐뚤 하지 않았어요. 사진을 잘못 찍은 거 아니에요?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나 비틀어지게 찍어놓고 이걸 사용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네?”


 “아마 다시 찍어도 똑같이 나올 겁니다. 그래서 보정을 하는 것이니까요. 사진이 이렇게 찍힌 게 아니라…….”


 그러자 거울 앞에서 머리를 계속 만지고 있던 머리가 긴 여자가 모니터 앞으로 와서 보더니 “어머, 너 얼굴이 이러지 않는데 정말 사진을 못 찍네.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지 않네요. 무슨 영화 속에 나오는 악마의 얼굴처럼 이렇게 비틀어지게 찍다니. 다시 찍어주세요”라며 톡 쏘아 부쳤다.


 나는 할 수 없이 다시 배경지 앞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 그런데 여자가 머리카락으로 귀를 덮는 것이다. “저 그렇게 촬영을 하면 규정에서 벗어나서…….”


 “이보세요, 그냥 이렇게 찍어주세요. 손님이 해 달라는 대로 하세요 그냥!”라고 소리를 지르는 여자의 얼굴에는 핏기도 걷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찍어봐야 전혀 사용할 수가 없고, 어디서 찍었냐고 하면 또 여기의 이름이 나올 테고…….”


 “이봐요 사진관 아저씨, 찍어 달라는 대로 찍어주세요. 잔말 말고요. 뒷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해서 나는 할 수 없이 그대로 찍었다. 이번에는 여섯 컷을 찍어서 모니터에 펼쳤다.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얼굴을 부정했다. 여자의 얼굴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유난히 비대칭이 심했다. 눈동자도 양 옆으로 벌어져 있어서 정말 현실적이지 않았다. 목 길이는 양쪽이 너무 달랐으며 입술은 틀어진 턱 쪽으로 많이 딸려가 있었다. 여자는 세 번이나 재촬영을 했다. 한 시간 사십 분이 지났다. 한 사람을 촬영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없었다.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모니터로 여러 개 띄워서 본 다음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정을 해 달라고 했다. 선택한 사진은 제일 처음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이었다. 나는 옆에서 손님이 보는 앞에서 피부의 잡티를 없애고 눈과 눈썹의 높이를 맞추고 튀어나온 턱을 밀어 넣었다.


 비가 내려 습기 때문에 가라앉은 머리의 볼륨을 높이고 갈색머리인 손님의 머리 뿌리가 까맣게 되어 있는 것도 갈색으로 바꾸었다. 왼쪽 어깨와 왼쪽 쇄골이 많이 내려가 있어서 그것도 수평으로 맞추었다. 어느 정도 보정을 하고 여자 손님에게 완성이 되었다고 말을 했다. 여자는 미술작품을 감상하듯 한참 보더니 밑의 턱을 너무 넣었으니 다시 조금 밖으로 나오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밑의 턱을 왼쪽으로 좀 당겨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긴 여자가 “아니야, 넌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위로 살짝 올려야 해”라며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원래로 돌려 옆의 여자가 말하는 대로 해 주었다. 입술이 큰 것 같으니 조금 줄여 달라고 해서 줄여 줬더니 옆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나 눈이 되게 짝짝이네. 나 정말 이렇게 짝짝이야?”라고 사진 속의 여자가 옆의 여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옆의 여자가 모니터를 보고 실제 얼굴을 보더니 “실제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사진으로는 엄청 짝짝이네. 한쪽 눈꼬리는 많이 올라갔네. 너 사진이 이상한 거 아니야?”라며 두 사람은 사진을 보며 대화를 했다. 대화를 실컷 하더니 한참 만에 밑 트임을 한 것처럼 눈의 밑 부분을 좀 더 옆으로 당기고 밑으로 내려 달라고 했다. 눈동자를 안으로 좀 더 모으고 눈썹이 조명 때문인지 다르게 보이니 연하게 보이는 눈썹을 짙게 칠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눈썹 정리를 잘 못 한 것이었다. 눈썹을 잘못 깎고 정리가 다르게 된 것도 자신의 탓보다 사진의 탓으로 돌렸다. 눈썹을 맞추는 데만 십 분이 걸렸다. 코볼이 짝짝이니 한쪽 코볼을 좀 줄여 달라, 광대를 조금 넣어 달라, 이마에 걸린 머리 라인을 자연스럽게 해 달라, 입술의 양쪽 끝을 살짝 올려달라고 했다. 여자가 하라는 대로 나는 다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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