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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7. 2021

최 흑 오 14

단편 소설


14.


 “아니 당신은…….”


 “이봐요, 내가 당신 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대로 잠에 빠져서 영영 일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건 꿈이지만 꿈이 아니에요. 당신은 내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가게에서 나오는 바람에 쥐들이 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쥐들이 곧 그 집으로 갈 겁니다. 어서 물에 희석시키고 빨리 집을 나오세요.”


 나는 여자의 말을 믿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다 끝나면 전화를 내 쪽에서 하겠다고도 했다. 일어나서 팬티에 묻은 정액을 닦고 그것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그리고 팬티에 묻은 정액도 물에 대충 빨았다. 잠깐 스친 쥐들이었지만 그 크기와 눈빛은 나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가방에 필요한 물품을 넣고 짐을 챙겨 선글라스의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는 한 번 울리고 바로 받았다.


 “그런데, 최흑오 씨가 꿈속으로 들어왔다는 건…….”


 “지금 그걸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다시 당신의 가게로 오세요. 여기에도 정리해야 할 것이 있어요.”


 “제가 차를 거기 놔두고 와서 택시를 타고…….”


 “이제 당신의 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요. 어떤 수를 쓰더라도 무용지물이에요. 이미 쥐들이 그렇게 해놨어요. 그러니 스치는 차들, 그러니까 택시를 타고 되도록 빨리 오세요"라고 하며 전화는 뚝 끊겼다. 나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려고 하니 그동안 이 집에서 지냈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는 편이 나았다. 빗속에 오고 가는 택시가 없지만 미리 전화를 해서 콜을 불렀기에 집을 나오자마자 택시가 앞에 섰다. 천 원이 더 비쌌다. 택시기사는 인도인이었다. 외국인이 운전하는 택시는 처음 타봤다. 그는 나에게 인사를 했다.


 “저 는 인 도 사 람 이 아 닙 니 다. 저 는 스 리 랑 카 사 람 입 니 다”라고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했다. 그는 얼굴이 까맣다. 흑인만큼 까만 얼굴이었지만 흑인과는 다른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크레파스의 검은색을 얼굴에 칠해 놓은 것처럼 새까맣다. 어둠에 묻혀 버릴 것처럼 얼굴이 검었는데 눈동자의 색과 가끔씩 말을 할 때 보이는 이빨이, 난 흑인과 달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스리랑카 사람과 흑인의 검은색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목적지를 물어보고 기어를 넣고 운전을 했다. 그러고 보니 택시가 수동기어였다. 택시가 수동기어를 장착하고 달리는 것을 처음 보았다.


 “제 가 수 동 기 어를 운 전 하는 게 편 해 서 그 렇 게 회 사에 말 했 습 니 다”라고 또박또박 말을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밤을 새워 일을 하면 매월 집에 150만 원을 보내주고도 자신은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름을 쉬안이라고 밝힌 그는 여자 친구가 스리랑카에 있는데 많이 보고 싶다고 했다. 여자 친구의 얼굴을 폰을 열어 보여주었다. 여자의 얼굴은 아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스코리아 같은 얼굴이었다. 손님에게 늘 이렇게 여자 친구를 자랑하는 모양이었다. 여자 친구가 보고 싶으면 한국 여자와 잠을 잔다고 했다. 한국 여자는 자신과 한 번 잠을 자면 보통 몇 달을 자신에게 붙어서 술과 밥을 사준다고 했다. 지금 자신과 섹스를 즐기는 여자는 간호사라고 했고 그 여자는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했다.


 “저 는 스 리 랑 카 에 있 는 여 자 친 구 가 보 고 싶 습 니 다.”


 한국 여자는 그렇게 예쁘지 않다고 했다. 나는 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같은 동급의 차라도 수동 기어를 가진 자동차는 힘이 좋다. 그렇지만 택시를 굳이 수동기어로 운전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잘 알 수는 없었다. 쉬안은 스리랑카를 한 번 검색해 보라고 했다. 그곳의 바다는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데 이곳의 바다는 쓰레기가 많고 깨끗하지 않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연을 마구 더럽힌다고 했다. 어느 날은 쥐가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바다에 발을 담그는 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점점 이 세계가 시궁창 같아지고 쥐들이 이쪽으로 다 모여드는 것 같았다.


 신호등 때문에 잠시 멈추었다. 보통 택시는 이런 새벽에 신호등을 꼬박꼬박 지키지 않는다. 하지만 쉬안은 신호를 잘 지켰다. 그것에 불만은 없다. 그리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것도 나의 문화권에는 없었다. 쉬안이 비가 오는 밖을 보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하수구였는데 물이 넘쳐 역류하고 있었다. 그곳에 쥐들이 몇 마리 모여서 무엇을 먹고 있었다. 쉬안은 언젠가부터 비가 많이 오면 이 도시는 쥐들이 밤에 막 나온다는 것이다. 비가 아무리 와도 낮에는 쥐들이 가만있는데 밤만 되면 하수구 밖으로 흘러나온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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