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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6. 2021

최 흑 오 13

단편 소설


13.


 눈에 문제가 있어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고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눈에 문제라는 건 빛에 관련된 것일까.


 나는 여자의 눈동자가 몹시 보고 싶었다.


 왜 이렇게 강하게 끌리는 것일까.


 지금 섹스를 하고 있지만 동통이 오는 것 이외에 섹스가 전해주는 쾌락이나 흥분은 잘 느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최흑오라는 여자의 얼굴은 몹시 비현실적이었다. 사진을 찍었던 비대칭의 비현실과는 다른 비현실이었다. 보통의 얼굴은 왼쪽 오른쪽이 조금씩은 다르다. 완벽하게 좌우가 대칭이 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섹스를 하면서 본 선글라스의 여자, 최흑오의 얼굴은 완벽하게 좌우가 대칭이었다. 선글라스를 쓴 여자는 도톰한 입술 사이로 더 큰 신음 소리를 냈다.


 섹스를 하지만 쾌락이 없는 섹스였다. 동통만 느껴지는 섹스, 아니야, 이건 꿈이야,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자 최흑오는 “이건 꿈이 아니에요, 좀 더 집중을 하세요”라고 말했다. 최흑오는 그 말을 몇 번이나 신음 소리의 중간에 섞어서 했다. 그러자 선글라스 너머의 눈이 있는 곳에서 붉은빛이 엿 보였다. 그 붉은빛은 비가 오는 날 무화과나무가 잘린 밑동에 앉아있던 쥐 세 마리의 눈빛에서 본 붉은빛이었다. 나는 최흑오의 눈동자가 보고 싶었다. 정말 보고 싶었다. 손을 뻗었다. 여자의 선글라스를 벗기려고 했다. 선글라스를 치웠을 때 그녀의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까악 까악.


 나는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곤혹스러웠다. 어떤 꿈을 꾸다가 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일어났을 땐 잠과 잠에서 깬 그 사이의 적응이 어려워 늘 곤혹스럽다. 전화소리에 잠에서 깼다. 전화가 계속 울렸다. 휴대전화는 웅웅 진동과 함께 반짝이며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가 지났다. 비가 아직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비가 양동이 같은 곳에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났다. 휴대전화를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주소록에 입력되지 않는 사람이 전화를 한 것이다. 대체로 그런 번호는 손님이지만 이런 새벽에 전화를 할 리는 없다.


 그녀가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한 것일까. 아니다, 그녀가 그런 구차한 일을 할리 없다. 받지 않으면 그대로 끊길 것이고 영영 울리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번호로 새벽에 온 전화의 상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나는 땀에 젖어 축축한 티셔츠를 벗었다. 땀에서 어딘가 어둡고 퀴퀴한 곰팡이 같은 냄새가 났다. 지하주차장에서 나는 냄새 같았다. 나는 벗은 티셔츠를 최대한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하지만 티셔츠는 방을 벗어날 리 없고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휴대전화의 벨소리는 한 번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일까. 고향에 있는 어머니일까. 아니다. 어머니는 이 시간에 이런 번호로 전화를 할리가 없다. 이상하지만 집에서 전화가 와도 나는 긴장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저 안부전화는 벨소리에서 이미 표가 났다. 긴장을 해야 하는 소식이 온다는 벨소리라고 느껴지면 어김없이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손을 하체로 내렸더니 페니스에 동통이 느껴졌다. 팬티 안으로 손을 밀어 넣으니 몽정을 한 모양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꿈을 꾸었는데도 몽정을 하다니. 몽정이 끝난 지 이미 10년도 넘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팬티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정액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정액을 분출해 본 적이 없었다. 끝나버린 줄 알았던 몽정을 다시 했고 상상 밖의 양의 정액이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몇 번이나 다시 걸려 와서 울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입단한 배구선수처럼 지치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나는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받았다.


 “쥐들이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빨리 정액을 닦아서 그것을 물에 희석을 시켜야 해요. 쓰레기통이나 그대로 휴지로 닦아서 버리지 말고 변기에 집어넣거나 물에 넣으세요. 지금 빨리 해야 해요”라고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그렇게 말을 했다. 나는 순간 놀랐지만 그 목소리는 최흑오라는 여자의 목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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