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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9. 2021

최 흑 오 16

단편 소설


16.


 "그리고 그날 그 남자와 잠을 잤어요. 마지막이니 한 번쯤 그런 섹스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남자의 집에는 그 남자가 키우는 영혼이 살아있는 쥐가 있었어요. 촛불 앞에서 옷을 벗은 그 남자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는데 저는 그 상처를 만지는 순간 그 남자에게 빠져들어 갈 것을 이미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 남자는 자신의 상처가 영혼이 살아있는 쥐가 낸 상처라고 했어요. 저 역시 그 상처를 바라고 있었어요. 나는 점점 그 남자에게 빠져들었죠.”


 “그럼 그 남자와 잠을 자고 난 후에 흑오 씨도 이렇게 몸에 상처가 난 겁니까?”라고 나는 물었다. 하지만 여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자는 치마를 벗고 팬티도 벗었다. 내 손을 잡고 팬티가 있던 자리에 손을 갖다 댔다. 그곳에도 상처가 있었다. 다른 곳보다 예리한 상처가 깊게 나 있었다. 손으로 만져지는 상처의 흔적은 깊은 골과 절망, 유약한 인간의 실체였다. 도돌도돌한 상처는 살아있어서 그곳이 벌어지고 어떤 이벤트가 꼭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처는 오래되었고 딱딱하게 밀봉된 문처럼 굳게 아물어 있었다. 여자는 옷을 다 벗었다. 선글라스만 벗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바지의 앞섶을 열어서 페니스를 꺼내서 만졌다. 선글라스는 벗지 않았다. 꿈과 비슷했다. 꿈속에서 이미 한 번 여자와 전위를 가져서 동통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다시 딱딱해졌다. 여자는 입으로 딱딱해진 나의 페니스를 잘 빨아 주었다. 최흑오의 머리는 가게 안의 적막에 스며들어갈 정도로 검은색이었다. 여자의 머리를 보면서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의 웃음과 그녀의 스타일을 떠올렸다.


 나는 그녀와 손을 잡는 것을 좋아했다. 반드시 섹스를 하지 않더라도 그녀와 손을 잡고 카페에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았다. 그녀가 섹스가 하고 싶다면 마지못해 내가 하는 꼴로 비추어졌을지도 모른다. 방호벽이라는 게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때에 필요에 의한 것인데 방호벽의 남발이 어쩌면 과정을 비틀어서 옳지 못한 결과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아얏, 페니스에 동통이 심하게 왔다. 마치 퉁퉁 부어버릴 것 같았다. 여자는 정성스럽게 빨았다. 그리고 등을 보이며 내 위에 앉았다. 최흑오는 몸을 움직였고 신음소리가 미세하게 새어 나왔다. 여자의 등은 조각 같았고 상처가 가득했다. 나는 최흑오의 등에 있는 상처를 지도 속의 지역을 찾듯 서서히 손으로 더듬었다. 이상했다. 최흑오라는 몸이 몹시 아름다운 여자와 섹스를 하고 있지만-이렇게 몸이 아름다운 여자와 섹스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나는 몹시 외롭다고 느꼈다. 이상했다.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었다. 특히 여자의 등에 난 수많은 상처를 만질수록 외로움이 더 들었다. 상처는 일정하지 않았고 형태도 다 달랐다. 문명을 이룬 것처럼 느껴졌다. 어쩐지 앞으로 무엇을 해도 그 고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사정하기 전에 꼭 말해줘요”라고 여자가 고개를 약간 돌려 말했다. 선글라스를 쓴 여자의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어두운데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생각과는 다르게 페니스는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선글라스의 여자를 향해서 점점 다가가려 했다. 그럴 때마다 희미하지만 그녀와의 추억에 대해서 떠 올렸다.


 실은 나는 그녀를 정말 사랑했던 것이다. 진정 사랑하게 되면 그것의 표현에 있어서 서툴러지게 된다. 어쩌면 사랑보다는 이해가 더 필요했을지 몰랐다. 때문에 나는 합당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들이 시간의 정당한 흐름을 막아놓고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급격하게 거대한 외로움이 밀려왔다. 무턱대고 나에게 화가 났다. 몸이 떨렸다. 추운 날이 아님에도 한기가 확 들었다. 빗소리가 크게 들렸다. 으윽, 신호가 왔다. 나는 여자에게 사정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흑오는 엉덩이를 빼서 나의 페니스를 잡고 흔들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든 되겠죠’라고 그녀가 말했었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어떤 식으로든 돌아간다.


 최흑오는 나의 페니스를 손으로 흔들었다. 격정적인 순간이다. 여자는 나의 정액을 바닥에 방출하게 했다. 그리고 발가벗은 채(선글라스를 쓴 채)로 냉장고로 가서 물병을 들고 와서 바닥에 선명하게 방출되어 있는 정액에 물을 부었다.


 “이 모든 게 당신이 제대로 말을 해야 하는 것을 어겼기 때문이에요. 이제 중요한 물품만 챙겨서 여기를 나가요. 되도록이면 며칠 휴가 갑니다,라고 써 붙여 놓으세요”라고 말했다.


 “이제 쥐들은 없어지는 겁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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