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고 싶은 텍스트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숨을 쉬면 맛있는 가을 뜸 뜨는 냄새가 나는,
마당의 나팔 꽃잎 뒤에서 수런거리며 이슬이 맺힌 밤을 기다리는,
두더지 녀석이 누울 곳을 찾느라 여기저기 구멍을 파놓은 화단을 정리해야 할,
정리가 끝난 화단을 보며 마당에 앉아 손톱을 깎아도 좋을,
비바람을 지나 황색 옷을 입은 초록의 그것들이 이내 떨어질 것만 같은,
그러나 아직 끝이 보이지 않아서 앞으로 죽 난 길을 따라가야 하는,
곧 나프탈렌의 미미한 냄새가 나는 솜이불을 꺼내서 덮을 거라는 포근함이 드는,
그리하여 그 냄새를 맡으면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은,
아직 불러보지 못한 이름과 하지 못한 말을 괜스레 하늘을 보며 말하고 싶은,
티브이를 틀면 '가을의 전설'이 흐르며 백만 불짜리 미소의 트리스탄이 죽은 이사벨을 안고 오열할 것만 같은,
몸은 어제에 머무르고 싶은,
가을이구나.
오늘의 선곡은 가을의 전설 OST 제임스 호른의 오케스트라 버전. 너무 좋아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