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고만 싶은 글귀
기억으로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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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간은 슬픔을 잊게 해주는 약이라
빈 항아리에 담아서 잘 갈아서 먹으면
슬픔은 잊힐 거라 그런 거라 여겼지만
그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 슬픔은 시간과 함께 좀 더 크고
단단해지는 종양과도 같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같은 감정이 있다
부유하는 표류물처럼 떠돌아다니다가
조금은 불쾌함을 지닌 채
우산을 접고 걸어 들어오는 것처럼
비어있는 마음의 한구석에 들어와서
바닥을 꾹 눌러 아프게 한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데 눈물도 흐르지 않는
묘한 충돌이 올라오는 새벽의 그 감정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바람과 같은
책을 읽는 것도
물을 마시는 것도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공허
그 너머에 시선을 둘 수밖에 없는 그런 감정
내게는 슬픔이라
잊는 것이 안 되니
단단하게 박혀
기억으로
라도 남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