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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8. 2022

9. 삼일이 가장 행복했던 최 씨 아저씨 1

소설



1.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내지는 두 번 시설에 갔다. 개구리가 늘 같이 꼈고 득재와 진만이도 동행할 때가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인데 우리는 그곳에 가는 것을 봉사활동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곳에 가면 신나게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모두 몸을 흔들며 흥분했기에 우리는 그곳을 자주 찾았다.   

  

 상후가 건반을 두드렸고 효상이 기타를 쳤고 기철이가 노래를 불렀다. 개구리도 리듬기타를 쳤고 나는 그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나게 노래 몇 곡을 부르고 나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휠체어나 의자에 앉아서 땀까지 흘리며 좋아해 주었다. 그러면 우리는 더 신이 나서 연주를 하고 기철이는 목울대를 높였다.     


 당연하지만 노래를 부르며 연주를 할 수 있는 곳이 썩 없었다. 늘 어딘가에서 엠프에 전기를 꽂아서 징 하며 노래를 부르면 주위에서 욕이 날아들었고 학교 운동장 로열박스에서도 9시가 넘으면 시끄럽게 하지 못하게 했다. 아홉 시까지가 자율학습이니까 노래 연습 같은 건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어디서든 홀대를 받았다. 그래서 대학교 밴드부 물레방아의 연습실에서 그들의 시간이 빌 때 주말에나 모여서 합주를 하고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는데 시설에서는 하루 종일 두드리고 노래를 불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시설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신나 보였다.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기에 전통 가요도 많이 불렀다. 여러 곡을 신나게 부르고 나면 한 곡 정도는 조용한 노래를 불렀다. 기철이와 개구리는 효상이가 연주하는 기타와 상후의 건반 연주에 같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두 사람의 입을 맞춰 부르는 노래가 천장에 가서 부딪혔고 바닥으로 그리고 공기를 타고 사람들에게 가서 부딪혔다. 홍서범 조갑경이 부르는 ‘내 사랑 투유’를 부르기도 했고, 글렌 메데이로스와 엘자가 같이 부른 ‘프렌드 유 기브 미 어 리즌’을 부르기도 했다. 엘자의 불어 부분을 개구리가 잘 불렀다.     


 엘자가 글렌 메데이로스의 팬이었데, 엘자는 13살부터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었는데 말이야, 엘자가 한 방송에 나와 있는 깜짝 게스트로 엘자 몰래 글렌 메데이로스가 등장한 거야, 그때 엘자의 표정이란, 그 자리에서 글렌은 엘자에게 ‘낫띵스 고나 체인지 마이 로브 포 유’를 불러, 그리고 두 사람은 같이 듀엣을 부르게 돼. 개구리는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시설은 말이야, 겉으로 보면 참 낙관적이고 고요하게 흘러가는데 그렇지 않아”라고 기철이가 우리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와 친하게 지내는 최 씨 아저씨가 시설에서 자신을 못살게 군다며 청소를 하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최 씨 아저씨는 말이 어눌했고 몸도 불편하고 나이가 많아서 가족이 시설에서 보호를 받게 했다. 그런데 여기 시설에서는 아저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잘 받아들여야 하는데, 누군가 너에게 배가 고프지 않은데 시간이 되었으니 억지로라도 밥을 먹인다면 그것은 분명 폭력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한 폭력이 십 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단체생활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버리면 간단하지만 그 속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계속]


https://youtu.be/jElpErva5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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