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불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최 씨 아저씨는 후자에 속했다. 조직과 단체는 소수의 의견이나 소수가 하는 행동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습성이 강하고 대체로 무시되는 경향이 심했다. 그리고 그것이 잘 안 되면 조직은 강압적인 모습으로 바뀐다. 시설에서 나가고 싶어도 가족의 동의가 없으니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이건 마치 수잔 손탁이 하는 말이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었다.
아저씨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그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상후였다. 상후는 그 문제로 아버지와 상의를 했고 지방의 작은 신문사지만 지사장을 맡고 있는 상후 아버지는 그 일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미 장애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서 소리를 높이는 곳이 있었고 상후와 기철이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곳을 찾아가서 그들의 소리에 자신들의 소리를 보탰다.
최 씨 아저씨는 60살이 넘었는데 자식들과 아내 모두가 최 씨 아저씨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싶어 했다. 아저씨는 10년 넘게 시설에 있었는데 여기서는 전혀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집으로 보내주지 않아도 되니까 여기서만 나가게 해 달라고 했지만 시설은 완강했다.
우리는 최 씨 아저씨를 예전보다 자주 만났다. 시설 쪽에서도 늘 오던 학생들이 오니 의심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최 씨 아저씨는 우리에게 제발 좀 나가게 해 달라며 여기서는 한순간도 마음이 편치 않다며 그동안의 일을 말했다.
최 씨 아저씨와의 대화 녹음테이프를 장애인을 위한 비영리단체에 넘기고 신문사의 취재와 비영리단체의 노력으로 최 씨 아저씨는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다. 거처가 마련되지 않아서 임시로 가건물이 있는 곳에 최 씨 아저씨를 모셨다. 아저씨는 시종 싱글벙글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자유를 맞이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에 최 씨 아저씨를 위해 일단 제대로 된 숙소를 마련해야 했다.
단체에서 알아보는 집으로 옮기는데 3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3일 동안 매일 수업이 끝나면 최 씨 아저씨를 찾아가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개구리는 집에서 반찬을 전부 훔쳐 왔고 상후는 옷을 몇 벌 들고 왔다. 최 씨 아저씨는 시설에서는 보지 못했던, 활짝 웃는 얼굴로 기분 좋다고 했다. 최 씨 아저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개구리를 예뻐했다.
외딴곳의 가건물이었지만 싱글벙글하며 지내고 있던 최 씨 아저씨는 3일째 되던, 그날은 애매한 계절의 날이었다.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추운, 아저씨는 난방을 잘못해서 불이 났고 거동이 불편해서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해서 숨지고 말았다.
죽음을 처음 보았다. 헤어짐에 대해서,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으나 영원히 헤어지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사회라는 곳으로 나가게 되면 마냥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과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를 지은 것처럼 살아가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과 부조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 졸업을 보면서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동시에 슬픈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최 씨 아저씨의 죽음을 보면서 아름다운 것과 슬픈 것을 동일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이별이라는 것도.
세계에서 폭력이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몹쓸 예감도 했다. 개구리 빼고 우리는 장례식에서 아무도 울지 않았다. 상후는 잠든 최 씨 아저씨를 위해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연주해 주었다. 우리에게 짐노페디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 되었다.
애매한 계절의 날이었다.
최 씨 아저씨는 죽기 전 공책에 가건물에서 지낸 3일이 가장 행복했다고 적어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