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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0. 2022

라디오를 켜봐요 1

소설


1.

  사람이 죽어 시체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메리 로치의 인체 재활용을 보면 사람은 죽고 나면 박테리아가 몸의 내장 이곳저곳을 갉아먹는다. 액체화시켜 버린다.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시체는 분해 활동을 한다. 성기부터 빠른 속도로 인체를 액체로 변화시켜 버린다. 뇌는 점점 녹아서 코로, 입으로 흘러내려 얼굴이라고 불리는 부분을 납작하게 만든다.


 내장에 들어찬 가스는 항문으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계속 쌓이고 쌓여 부풀어 오른다. 그 모습은 살아있는 좀비처럼 끔찍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지독한 악취를 뿜어내는 것이 죽은 자의 모습, 시체의 모습이다. 그것에 있어 여자, 남자 또는 늙은 사람, 젊은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후 환경에 따라 부패의 속도나 확장이 조금 달라질 뿐이다.     


 집에 들어오면 어떤 무엇인가가 늘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쳐다보고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건 시선(이라고 해야 할지)에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 내 방 창문 맞은편에는 오래된 건물이 있다. 창문에서 보면 건물의 뒤편이 바로 창문 맞은편에 있고 건물의 뒤편(내가 보는 쪽)은 붉은 벽돌로 된 벽이고 그 벽에 창문이 일층부터 위로 죽 붙어있다. 창문 너머의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것은 아니다. 건물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라디오를 켰다. 오래된 라디오의 주파수를 돌려 오래된 노래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들었다. 섹스 피스톨스의 할리데이즈 인 더 선이 나왔다. 퇴근 후 집으로 들어오면 나는 창문으로 보이는 그 오래된 건물을 본다. 건물을 하릴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조금씩 죽여 간다.


 건물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의 속도가 고장 난 비디오테이프를 느리게 돌리는 것 같다. 저 건물은 8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로 5층짜리다. 엘리베이터가 없고 벽돌로 마감을 한 고전적 현대식 건물로 건축주가 몇 해 전에 은행 빚을 떠안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난 후 어쩐지 세입자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나서 누구도 건물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상하지만 경매 매물로서도 인기가 없는지 아직 건축물을 구입한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채 저렇게 버려진 흉가처럼 지낸지도 1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방치된 것이다. 형태가 있는 것이 방치가 되면 몰골은 볼품없어진다. 그 덕분인지 건물에 인접한 지역의 전세는 오르지 못해 싼 편이었다.


 그 덕에 나도 여기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건물의 일층을 제외하고는 2, 3, 4, 5층의 입구는 하나다. 일층의 옆에는 문이 있는데 문을 열면 계단이 보이고 계단이 5층까지 죽 이어져 있고 각층마다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요즘에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건축 형식이었다. 한 마디로 오래된 건물이다. 건물 안에는 걸인이나 노숙자가 지낼 법도 한데, 문은 누구나 들어와서 비를 피하라고 하지만 아무도 건물에서 지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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