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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4. 2022

라디오를 켜봐요 15

소설


15.


 “신청곡이 들어왔습니다만 아마도 잘못 적어 주신 것 같은데요, 킨이라는 가수는 퀸을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제목도 잘못 아신 것 같은데요. 제가 바로잡아서 틀어드리겠습니다. 안타깝게 가버린 프레디 머큐리를 생각하며 들어 봅니다. 퀸의 섬바디 투 러브.”라며 제니스 조플린의 곡도 이 곡이 끝나는 대로 틀어준다고 했다.


  뭐지? 킨의 음악이 없다니. 이미 네 장이나 되는 앨범을 냈고 한국에도 초기에 한 번 왔었는데. 머리가 복잡했다. 생각에 잠겼다. 지금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일까. 나는 일어나서 바로 나가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갇혀 버리게 될 것 같았다. 건물에서 쳐다본다는 시선에 대해서 전혀 짐작은 할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의자는 그야말로 편안했고 퀸의 노래도 계속 듣고 싶었다. 오랜만에 노래를 크게 들어본다. 고개를 들어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어쩐지 사람들 역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사라(어제부터 이름을 불렀다)에게 메시지를 넣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지만 휴대전화기가 없다는 걸 알았다. 집에서 손을 씻으며 빼놓았다가 그냥 나왔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집에도 가지 않고 용케도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거나 키스를 하거나 페팅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 감상실이라는 곳이 요즘에도 필요한 사람들이 있구나. 퀸의 노래가 끝나고 제니스 조플린의 서머타임이 나왔다. 아,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다.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노래였다. 근래에는 이렇게 크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을 하면서 사무실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지만 조용하게 틀어놓을 뿐이다.


 게다가 언젠가부터는 음악보다는 유튜브의 일상 영상을 틀어놓는 편이다. 거기서 나오는 일상적인 소리가 백색소음이라 듣기가 편안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스피커로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들으니 좋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는 아름다웠고 변하지 않는 사상이 있었다. 런던 팝을 나가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노래에 젖어들었다.


 디제이는 제니스 조플린의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이런 기분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앞의 큰 화면에서는 제니스 조플린이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알이 박혀 있는 청바지를 입고 팔목에 주렁주렁 팔찌를 차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노래를 불렀다. 자유를 노래했다. 제니스 조플린의 그 광기 어린 목소리는 자유였다.


  유튜브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마치 극장에서 감동적인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앉은 줄 저쪽에서도 영상에 집중을 하며 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갓 스무 살쯤, 아니 그보다 더 어리게 보이는……,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닮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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