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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1. 2022

라디오를 켜봐요 23

소설


23.


  정리를 하고 차에 오르니 김이 서렸다. 에어컨을 켜고 차를 다시 몰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과 미끄러운 흙과 크고 작은 돌 때문에 자동차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흔들거렸다. 치론이는 재미있어했고 나머지는 걱정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동차 안의 멤버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붙어 다녀서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갔다. 치론이는 다른 반이었지만. 그리고 지금 대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학생활은 고등학교 시절보다 재미가 덜 했다. 다행이라면 치론이를 제외하고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치론이도 차 안에서 담배는 피우지 않았다.


  오래전 언젠가 미술부 혁진이의 학교 앞 자취방에서 처음으로 담배를 피운 적이 있었다. 모두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누군가에게 잘못을 한 것처럼 담배를 피웠고 기침을 몇 번 크게 했고, 가래를 뱉었고, 구토를 했고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크게 웃었다.


 주인집 아줌마가, 조용히 햇 개새끼들, 맨날 담배나 쳐 피우고! 여자애들 불러 따먹기나 하고! 에이 씨발 놈들! 하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렸다. 우리는 기침을 하면서 킥킥거렸다.


 “며칠 전에 아저씨가 술에 똥이 되어 들어와서 아줌마를 덮쳤는데 구멍을 찾지 못해서 다리 사이에서 허덕거리다 파자마에 오줌을 쌌대.”


  혁진이는 멋진 폼으로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우리는 그 말에 더 키득키득거렸다. 고등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야외의 화장실에서는 흡연을 용인했고 학부모 회의에서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장과의 마찰이 있었다. 교장은 때 아니게 아이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두발도 어느 정도 자율화해주었다.


 아이들은 교장을 사랑한다는 플래카드를 만들기도 했고 문예부와 방송부는 교장을 찬양하는 문구도 만들어 방송을 했다. 교장은 난생처음 아이들의 칭찬을 듣고 격앙되었지만 아이들은 완전한 두발 자유화를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머리 모양에 신경 쓰는 꼴이 보기 싫었던 학부모들과는 더더욱 벌어졌다.


  우리는 흔들리는 차 속에서 시계추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지난 일을 이야기했다. 따지고 보면 고작 1, 2년 전의 이야기다. 그러다가 조용해지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스타 쉽의 ‘낫띵스 고나 스톱 어스 나우’를 불렀다. 팝을 좋아하지 않는 치론이만 나의 팔짱을 낀 채 노래를 들었고 모두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앞 유리창의 와이퍼는 3단으로 재빠른 다람쥐처럼 움직였고 조금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로 비는 기를 쓰고 차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폭우가 내리는 창으로 보이는 양옆의 풍경은 물이 불어나서 길이라고 하기에는 어림없는 모습이었다. 스타 쉽의 노래가 끝나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흘렀다.


 우리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며 누구나 할 거 없이 앞 좌석에서 갈릴레요!라고 하면 뒷좌석에서 갈릴레오! 하며, 선창 후창을 했고 폭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려 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안 치론이가 내 팔짱을 꽉 잡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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