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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4. 2022

그리즐리 씨, 고마워요 5

소설


5.


  “알래스카가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 땅을 얼려 버리는 추위가 요즘 들어 예전 같지 않아서요. 이대로 가다가는 20년 후에는 알래스카가 변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모든 나라에도 영향을 줍니다. 실은 겨울에 좀 따뜻하면 어때. 그럼 좀 더 깊게 잠들지 않아도 되고, 다른 동물들은 먹이를 못 찾아서 굶주림에 허덕이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라고 하겠지만 말이죠,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겨울에 굉장히 춥지 않으면 뭐랄까, 땅의 깊은 바닥이 시기에 맞지 않게 풀들을 밀어 올려서 나중에 풍성하게 되어야 할 시기에는 다 말라죽어 버린다거나 병이 들어 버립니다. 그대로 죽어 버린 동물의 사체 때문에 대지는 균을 가득 짊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죠. 병들어 죽은 사체를 먹은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로 앓다가 그대로 픽 쓰러지고 말죠. 땅 밑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땅 밑에서도 여러 가지 활발한 활동이 지층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겨울에 혹독하게 추워야만 그 지층의 움직임도 둔해졌다가 다시 겨울이 오기 전까지 움직이며 여러 가지 웅덩이라든가, 새로운 물이라든가, 그런 자연 생성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겨울이 아주 춥다고 할 수 없어졌어요. 우리들은, 그러니까 알래스카의 동물들은 긴급회의를 했습니다.


 결론은 알래스카의 겨울을 혹독한 추위로 지켜주는 돌이(그리즐리는 양손으로 돌의 크기와 모양을 만들며)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몇 년 동안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도움으로 사라진 돌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그 돌은 바로 여기, 이 나라로 흘러들어 왔더군요.”


  그리즐리는 물을 한 모금 더 마셨다. 물병은 작은데 물은 계속 나왔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돌이 이곳에 머무른다면 이곳은 반대로 겨울이 너무나, 어마어마하게 추워져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불편하겠죠. 교통수단이 지금보다 더욱 열을 내며 달릴 것이고 무엇보다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도 춥습니다.


 1년이 거의 고통스러운 추운 날들의 연속이 됩니다. 겨울이 되면 생각 이상의 추위가 이 나라를 덮칠 겁니다.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10년 후? 20년 후에는 겨울에 집 밖으로 아예 나가지도 못할 정도의 추위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것이죠.”


 그리즐리는 그의 앞으로 한층 다가와서 말했다. 눈에 보이는 그리즐리의 눈동자는 아주 맑았다. 매일 아침에 거울을 통해서 보는 자신의 눈동자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는 그리즐리의 말을 듣고 조금은 공감이 갔고 전적으로 동감했다. 환경오염에 대해서 그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심각한 문제임은 확실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돌이라니?     


  “그리즐리 베어 씨?”


  “네, 함고동 씨, 말씀하시죠. 당신은 참 좋은 분이십니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 부르지 말라고 하려다가, 또 저의 이름은 함고동이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런데 아까 신문을 저에게 보여주신 것은 뭣 때문에?”


  그리즐리는 자신의 옆에 놓인 신문을 들고 거짓말 같은 손가락으로 이것 말입니까, 하며 신문을 펼쳐 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함고동 씨께서 기차의 차표 값을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서 요즘의 기차표 값을 알려 드리려고 신문 날짜를 보여드린 겁니다. 지금은 83년도거든요. 개의치 마십시오.”그리즐리는 신문을 다시 접어서 옆에 두었다. 그의 시선은 신문을 향했다.


 지난달에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공식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총 40억 달러의 경제협력 지원에 합의를 했다는 내용도 보였다. 그는 등을 의자에 푹 기댔다.     


 지금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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