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증 6

소설

by 교관


6


그녀가 잠든 모습을 보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깔린 도로는 아름답고 황홀했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사람들의 움직임도, 달의 기운도, 바람의 냄새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녀를 깨워서 같이 나올까 생각했지만 그녀와 함께 밤의 거리를 다니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옷이 좀 커졌다. 옷을 새로 사야 할 판이었다. 모든 옷들이 조금씩 커졌다.




밤에 보는 세상은 아름다웠다. 오래된 건물의 오래된 술집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하이 홉스’였다. 흘러나오는 버전은 94년도 펄스 공연의 노래였다. 데이빗 길무어가 핑크 플로이드의 수장이 된 다음에 7년의 공백을 깨고 앨범 ‘디비전 벨’을 발표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이다. 노래는 광활하고 대지처럼 크고 넓었지만 연주와 표현은 몹시 섬세하고 정교했다. 펄스 공연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고 듣는 기분이었다. 지금의 세계가 아닌 평행우주 속 이계를 경험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그 중심에 데이빗 길무어가 있었다. 도대체 어떤 술집일까. 핑크 플로이드의 하이 홉스를 듣는 술집은. 술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새벽이 밝아왔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나는 몇 시간이나 돌아다녔던 것일까. 이상하다. 어째서 잠도 오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을까. 갈증도 덜 했다.


이제는 갈증이 덜 한 것이 갈증이 심할 때보다 나은 건지 어떤 건지 분간이 어려웠다. 일단은 집으로 가자. 그리고 내일 다시 이 술집으로 오자.




잠을 잔다는 건 어떤 의미 일까.


우리는 잠이 보약이라는 소리를 한다. 잠을 많이 자면 피부가 좋아지고 질병에도 방어를 할 수 있는 신체가 된다고 했다. 게으른 자들은 잠에 빠져 있고 덕분에 좋은 피부를 가졌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세계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부 다른 의미의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잠이 부족해서 따라오는 문제를 감수하고서도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고, 잠이 들고 싶지만 내면의 불안과 고민 때문에 수많은 밤을 불면으로 보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건 마치 전염병과 같다.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은 접촉이라는 매개를 거쳐야 하지만 이 불면은 전혀 인간과 인간의 접촉이 없이, 타액의 오고 감이 없이, 심지어는 공기의 흐름에 편성하지 않고 전염이 된다.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라는 전파를 타고 전염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면의 밤을 보낸다. 아침이면 필이 후회를 하고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밤에 잠들지 않거나 못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의 갈증을 없애기 위해 그들을 한 사람씩 만나기로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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