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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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열 번 정도 나는 그녀와 만남을 가졌다. 늘 같은 카페에서 만났고, 굴 국밥을 한 그릇씩 먹고 말없이 앉아 있다가 헤어졌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시간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슬픔이 더 차오른다는 것을.
우리는 같은 시간이지만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만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만나는 터울이 좁아질수록, 만나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녀가 그 슬픔을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녀는 자신 밖으로 던져내지 못한 슬픔을 잔뜩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 주위의 사람들이 그녀의 감당해내지 못하는 슬픔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나는 이상했지만 그건 그녀가 바라는 바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의 슬픔이라는 것은 그녀의 눈으로 코로 귀로 마구 흘러나왔다. 주위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아챘을 것이다. 홍수에 터져버린 둑처럼 그 슬픔은 정말이지 멈출 수 없게 흘러나왔다. 나는 그녀의 슬픔을 멈추게 해야겠다고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을 먹었지만 막지 못한 죄책감을 지금 가위를 손에 들고 통감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녀가 잔뜩 지니고 있던 슬픔이 안개처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몇 개월 만에 그녀의 몸 모든 구멍은 기능을 상실하고 슬픔을 마구 쏟아냈다.
나 역시 그녀의 흐르는 슬픔을 볼 때마다 주저앉아서 안타까웠다. 그녀는 벽으로 자신의 몸을 에둘러 놓고 벽이 그 기능을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그동안 잘도 지내왔다. 그 벽도 권태와 굴레 속에 살고 있는 타인의 질타 어린 시선 속에서 허물어져 갔다는 것을,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가위는 그녀에게 있어서 해방구이자 카타스트로프였음을 말이다. 어나힐레이션의 도구였다. 나는 가위를 손에 들고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니 망각했던 시간들이 사금을 걷히고 서서히 돌아왔다. 이제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가서 침울하고 고요한 면모를 지니고 가위를 사용해야 한다. 진실의 가위를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