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위의 시 간 2

소설

by 교관


2.


“시간은 너무나 얄밉지만 공평하게 주어지잖아요. 누군가에게 좀 더.라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어요. 너무 얄미워.” 그녀가 말했었다.


시간은 가위와 닮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영원할 것만 같은 가위는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시간은 돌고 돌아 결국 가위의 자리로 오는 것이다.

시간과 가위는 둘 다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한 공간 안에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현실이란 무엇일까. 세상에 현실이란 단 하나뿐일까. 우리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었을지도 모를 현실과 이미 죽은 현실 두 가지가 존재한다. 양자역학 이론상 파동 특성을 고려했을 때 원자는 붕괴했을 수도, 안 했을 수도 있다.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중첩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죽은 고양이와 살아 있는 고양이 그 둘은 소우주에서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가위는 현실이다. 지금 눈앞의 당장의 현실인 것이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가위는 시간이 지니는 양면성을 그 어디에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가위는 가위 자체로 존재해 있었으며 흐르는 시간 속에 돌처럼 굳건했다. 쥐고 있는 가위는 가위로서의 친밀하면서도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 초월적 관념이었다.

또 다른 소우주의 가위는 분명 하나의 물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우주의 붕괴가 만들어 놓은 시간의 붕괴는 평행하는 또 다른 세계 속의 가위는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가위와는 다르다. 같은 가위지만 다른 가위다.

가위는 인간사에서 내내 우리들을 빤히 보며 지내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을 깔보거나 비난하고 긍휼히 여기면서 칼과 같은 날 선 날을 감추고 선과 악의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엄연히 이 세계에 가위는 칼과는 다른 용도로 세상에 태어났을 것이다. 분명 그러했다.


가위로 인간의 몸이 가죽의 껍질처럼 발라지는 것에 일조를 한다는 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런 생각 따위를 하기 싫었다. 하지만 진실의 너머에는 정직과 사실이 서로 다르게 마주하고 있다. 가위를 정직하게 말하는 것과 가위를 진실하게 말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가위가 해방감을 주는 도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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