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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5

1장 당일


15.

 이퀴벨런트.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조깅을 하는 사람도, 걷는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달려가면 대나무공원이 나온다. 마동은 조깅을 하다 대나무 공원이 나오면 그곳에 잠깐 멈춰 서서 다리를 풀고 숨을 고른다. 이 도시는 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60년 전에 떠들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작은 강(이라고 하지만 바다로 이어지는, 도시를 가르는 총길이가 50킬로미터가 넘는) 하나를 사이에 둔 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농경마을의 단락이 군데군데 있을 뿐 도시라는 형태를 갖췄다고 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지엽적인 모습이었다. 당시 대통령이 해안가를 둔 이곳을 제1의 임해공업단지로 조성을 하는 계획 하에 세계 최고의 수출을 목표로 제조업을 전국에서 긁어모아 이 도시에 집결시켰다. 그 결과 당시 전국의 노동을 집약적으로 발휘하여 생산품을 수출하면서 제조회사도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다. 수출의 성과를 거둬들임으로 해서 경제적 발전이 꾸준하게 일어났다. 70년대의 부흥기를 거쳐 80년대에 정착기와 이후 황금기를 도시는 맞이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위성도시가 배부르게 생활하기가 힘들다는 소리가 있음에도 이 도시에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도권의 사람들에 비해 적었다. 각종 농산물을 근교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여 타지방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여 그대로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질 좋은 농수산물을 공급했고 선박과 철강의 수출이 세계 최고조에 달했으며 선박의 제조에 필요한 부대 부품의 생산 공장도 속속들이 생겨나서 생산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타지방에서 못살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이 도시에 몰려들면서 과포화를 이루었고 큰 기업에서는 노조가 생겨나 매년 노동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 도시는 경제가 발전하는 것에만 집중을 했다. 건축에 관한 산업의 발전이 없어서 타 도시에서 들어온 건축업자가 대부분 이 도시의 고층건물의 신축과 증축에 관여했고, 문화에 대한 발전은 아기의 걸음걸이 속도만큼 더디었다. 근래에(최근 7, 8년 사이에) 문화와 여가생활의 발전이 경제발전의 밑거름이라는 토대로 시청에서 문화 사업이 시행 중이었다. 하청을 둬서 추진 중이고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강을 살리는 노력과 그에 따른 조경 사업을 차곡차곡 착공하고 있는 추세다. 그 계획 하에 50킬로미터가 넘는 강변의 조깅코스에는 다양한 체험 형식의 인공자연 숲이 조성이 되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에는 시에서 너구리를 방사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마동은 대나무 숲을 향해 달려 나갔다. 습한 공기 때문인지 무릎에서 땀방울이 살갗을 뚫었고 정강이에서도 땀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때, 인적이 없는 가운데 조깅코스 저 앞에 검은 무엇인가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무엇일까?


 마동은 달려서 앞으로 갔다. 여름밤은 겨울의 밤만큼 어둠이 짙지 않다. 밤이라는 관념은 또 다른 세계, 그것이다. 과연 밤이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 인생은 어떤 삶으로 이어질까.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인생에서 밤이 사라져 버리는 삶은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반대로 밤의 세계만 펼쳐진다면 또 어떨까. 그 나름의 세계가 있어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밤이 오면 사랑하는 이들의 스킨십도 더욱 로맨틱해진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의 활동도 밤이 되면 잠잠해진다. 증기기관차처럼 폭주하던 종합병원의 내과병동도 밤이 도래하면 환자들의 잠자는 소리와 낮은 기침소리로 조용한 악단을 조성한다. 밤이 되면 누구나 인상주의가 되고 현실에서 벗어나 시인이 되고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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