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
#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들은 우리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그녀는 석 달 전에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날, 가윗날을 갈아주는 것에 맡겨놓은 가위를 찾으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미약하게 들리던 소리가 하나의 윙윙거리는 덩어리의 형태를 띠고 이명으로 치달았다. 그녀에게 외출은 사라 무리가 있는 정글에 뛰어든 톰슨가젤 같은 것이다. 죽자 사자 도망을 가면 살 수는 있지만 언제든지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무엇이든지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해결했다. 그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작품은 인터넷을 통해서 판매가 이루어졌다. 그녀의 작품은 인터넷의 시간에서는 인기가 좋았다. 그녀의 작품을 칭찬하고 찾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공예 학원이라든가 공예 작가들의 오더를 받아서 가위질을 하여 납품을 했다.
그때마다 의뢰인이 그녀의 집으로 와서 물품을 들고 갔다. 그녀는 외출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외출을 하는 경우는 가위의 날을 갈 때와 갈아놓은 가위를 가지러 갈 때, 뿐이었다.
가위는 뭐랄까.
아주 기이한 물품이라 새것보다는 오랫동안 써 오던 가위가 질적으로 흡족함을 보여주었다. 가위의 날을 갈아주는 곳은 대부분 사라지고 남아있는 몇 군데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곳은 없었다. 딱 한 군데가 있었지만 거리가 애매하여 걸어가야만 했다.
그녀는 그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면서도 그곳에 가위를 맡기고 다음날에 찾으러 가곤 했다. 버스를 탈 필요는 없었다.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 곳이며 마을버스를 타면 더 돌아가야 하는데 귀가 들리지 않는 그녀로서는 걷는 것이 훨씬 편했다. 그녀의 보폭으로 걸어서 30분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걸어가는 30분은 300분보다 길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움직이고 과일을 팔고 청소를 하고 담배를 피우고 벌레를 죽이고, 은행을 들락거렸지만 그녀의 귀에는 그 모든 소리가 하나의 이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눈으로 보이는 사물의 움직임과 귀로 들어오는 소리가 일체화되지 않는다는 건 미묘한 사고의 혼란을 초래한다. 귀를 통해서 인간사의 소리가 전달되지 않았을 때, 이명조차 들리지 않을 때 그녀는 한동안 서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30분의 거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금 걷다가 멈추어서 전봇대나 벽에 기대어 서서 한동안 서 있어야 했다.
눈으로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이 손으로 뻗으면 저만치 달아날 것만 같았다. 타인의 시선은 그녀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타인들은 자신보다 늦게 걸어가는 사람에게마저 질타의 시선을 보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