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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0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5

1장 당일



25.

 후회라는 것은 건강한 후회가 있고 그렇지 못한 후회가 있다고 키가 작고 머리통이 큰 심리학자가 말했다. 그 당시에 확실한 것은 어머니의 변화였다. 어머니는 내가 병원에 입원하는 시기를 기점으로 하여 어머니를 지탱하고 있던 어떤 것이 누락되었다. 내가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어머니에게 입력되어야 할 어떤 부분이 머릿속에 기입되지 못하고 그대로 빠져나가면서 원래 지니고 있던 자아에게도 영향을 끼친 모양이었다. 어머니의 마음과 머릿속이라는 대지에 세워놓은 건물이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건물 안의 집기들만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하룻밤 새 그대로, 몽땅, 흔적도 없이,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머니의 변화는 내가 입원하는 시점에서 시작되었는지 몰라도 내가 병실에서 눈을 뜬 그때부터 어머니의 변화를 감지했다. 평소에도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명절에 찾아가서 보는 어머니의 모습은 한 곳을 응시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다. 티브이를 보는 경우도 드물었고 책을 읽지도 않았다. 정해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듯 보였지만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지정되지 않은 곳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머니를 부르면 그제야 얼굴 가까이 있는 나를 알아채고 식사 준비를 하곤 했다. 전화통화를 하면 안부를 묻고 그날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딘가 겉도는 이야기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어머니의 마음의 누락을 가져왔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어머니의 건강검진도 나쁘지 않았다. 노안으로 나타나는 몇몇의 징후를 제외하고는 장기라든가 대부분의 기능은 아직 말짱했고 치매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누락시킨 그 무엇이 내 기억까지 가져가 버린 것이 아닌지 나는 의심을 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 뒤로 제대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정신과 상담을 미루고 있는 형편이지만 언젠가는 상담을 받아 보리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지금 조깅코스에 보이는 저 여자의 모습은 그동안 정리가 안 되어 있는 마동의 머릿속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했다. 마동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언젠가는’에서 ‘내일’로 바꾸었다. 비에 젖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몸에 무슨 장치를 하지 않고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도 너무 이탈한 궤변이었다. 논리라는 관점이 전혀 없는 일이다. 레인 시즌에는 비가 많이 온다. 비가 떨어지면 세상은 비에 젖는다. 여름 나무가 젖고, 여름 나뭇가지가 젖고, 여름 나뭇잎이 젖는다. 땅바닥이 젖고, 땅바닥의 흙이 비에 젖는다. 해변이 젖고 바다 위의 배가 비에 젖는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이 비에 젖는다.


 마동은 지금 상황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았다. 비가 오면 비에 젖는다는 것은 논리다. 그것이 사실이고 정론이며 공식이고 상식인 것이다. 그동안은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현재라고 불리는 지금은 논리에서 벗어난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문득 마동은 기억이 상실한 부분과 어머니의 누락된 부분과 저 여자는 상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동은 지금 자신의 정신적인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해 볼 필요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의 사고로 인한 정신적인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난다던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히면서 뇌의 여러 구간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마동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특정 부분에 대해서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닐까 의심을 했다.


 그렇다면 그것이 왜 하필 오늘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런 식으로 눈앞에 나타난단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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