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60

소설이다

by 교관

60.


집으로 가려다가 나는 계단을 통해 4층으로 올라갔다. 에스컬레이터는 1층부터 3층까지만 이어져 있고 그 위로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야 한다. 계단으로 오르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밖을 볼 수 있었다. 이 건물은 15층까지 있었고 그 위로는 음식점과 전부 극장이 들어서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온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일상적이었다.


그 말은 이 도시의,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태, 사건 그리고 시위 들이 일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아직 시위대가 모이지 않아서 거리를 자동차들이 평소 다니던 대로 다니며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원에는 아직 좀 있었지만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단지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자동차들은 그 수가 확실히 줄었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의 얼굴이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불안한 모습이었다. 공원의 사람들 역시 수가 많이 줄었으며 그들은 주위를 언제나 두리번거렸다.


어쨌거나 우리는 저 속에 있어야 했다. 나도 아내도 그리고 처제도 저 안에서 같이 있어야 했다. 우리는 그래야 했다. 그러나 지금 무엇에 의해 우린 뿔뿔이 흩어졌다. 아내가 언젠가부터 좀 달라졌다고만 생각이 들었다. 그건 분명히 이것과 관련이 있다. 조종하는 것. 아내가 조종을 당했기 때문이다. 출장을 간다고 하고 나가서 행방을 감춘 것은 조종을 당하는 아내가 어떤 힘을 쥐어짜 내 나에게 피해를 더 이상 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숨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왜 하필 아내일까. 어째서 처제를, 아내를 내 생활에서 잃어야 하는 것일까.


7층까지 오르니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작은 장난감처럼 보였다. 8층으로 올랐을 때 조금 열린 문으로 고양이 몸뚱이가 비어져 나와 있었다. 고양이는 문 밖으로 몸통이 나와 있었는데 미동이 전혀 없는 것으로 죽은 것처럼 보였다. 이런 곳에서 고양이가 죽어 있다니. 계단에서 8층으로 들어가는 문을 조금 열었는데 비어져 나온 죽은 고양이의 몸에서 머리는 없었다. 머리는 어딘가에 잘려 버렸고 몸통만 있었는데 절단된 단면이 마치 정밀한 기계로 자른 것처럼 아주 매끈했다. 그리고 피가 전혀 없었다. 피를 다 뽑아 가버렸는지 바닥이나 고양이의 몸에 피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나는 8층으로 들어갔다. 8층은 식당이 들어선 층이지만 3층의 귀신의 집처럼 전부 폐쇄되어 있고 장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문드문 머리가 없는 고양이들의 사체가 있었다. 역시 피는 한 방울도 근처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 건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건물과 은행에 비슷한 집단이 들어서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식당가가 있는 8층을 둘러보는 동안 나는 내 속의 이데아의 움직임을 또 느꼈다. 분명 가까이에 뭔가가 있다. 고양이의 사체는 반듯하게 잘린 목과 피가 한 방울도 없어서인지 늘 보아오던 길고양이들의 죽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그저 하나의 오브제 같았다.


보통 해안도로를 다니면서 길고양이들의 죽음을 봤다. 우리는 인간의 삶에서 여러 죽음을 본다. 그러나 길고양이만큼 직접적으로 직관하는 죽음을 마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주 있는 일이며 자주 보는 얼이다. 그래서 길고양이의 죽음은 다른 죽음에 비해 비참하고 볼품없다. 길고양이의 죽음만큼 처참한 죽음은 없다. 그들은 해안도로의 특성상 10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치여 죽음을 맞이한다. 고양이의 형체가 흐트러지고 터져 알아볼 수 없게 되어서 죽는다. 오히려 즉사하는 경우가 훨씬 낫다. 어쩌다가 숨이 붙어 있다면 그건 엄청난 고통으로 고양이에게는 살아있는 얼마간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의 타이어에 죽은 사체가 조금씩 뜯겨나가 나중에는 비를 맞은 신문지처럼 보이다가 더 시간이 지나면 흔적만 남기고 형태가 사라지고 없어진다. 더 시간이 지나면 그 흔적마저 사라져 원래의 도로가 된다. 길고양이들의 죽음은 늘 그렇게 허무하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고양이들의 사체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는 여러 죽음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라의 집에서 본 눈이 봉합된 경찰제복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조종을 당한다는 인식조차 없을 것이다. 약을 주입했을까. 온통 의문투성이다. 그중에서 내가 알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8층으로 나와 다시 계단으로 올랐다. 9층을 지나 10층으로 갔다. 10층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보니 문이 열렸다. 이 문은 열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바로 상영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났을 때 직원들이 이 문을 열어두고 앞에서 계단으로 내려갈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곳이다. 9층에서 영화 티켓을 구매한 다음에 거기서 에스컬레이터로 위에 있는 상영관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의 문이 열려 있으면 바로 상영관으로 들어가서 영화를 그냥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건물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췄다. 시스템도 멈췄고, 장사나 생산적인 활동 역시 멈췄다. 문을 열면 스프링 때문에 자동으로 닫힌다. 하지만 스프링이 고장 났는지 문을 열었는데 그대로 열려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10층으로 들어갔다. 복도가 이어지고 양 옆으로 상영관 번호가 붙어 있었다. 상영관이 4 개관 정도 10층에 있었다. 나는 복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때 저 안쪽의 상영관 문 바닥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안에 내가 바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까이 갈수록 빛은 점점 더 흘렀다. 마치 새벽 호수의 안개가 흐르듯이 문의 틈으로 푸르게 보이는 빛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 상영관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빛이 가득했고 그 사이에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서 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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