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
바람이 불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건 오후 세 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오전 열 시부터 바람이 불지 않았는지, 어제부터인지, 한 달 전부터 불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인지한 것은 오늘 오후 세 시 정도였다. 문득 자연의 바람이나 좀 맞아볼까 하며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는다는 것을, 바람이 세상에서 소멸했다는 것을.
부채를 들고 일으키는 바람은 가능하나 자연적으로 부는 바람이 세상에서 몽땅 사라진 것이다. 정오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후 세 시가 되어서 비로소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치지 않으면 모든 세상이 그대로 멎은 것처럼 보였다. 특히 나뭇잎이 그랬다. 그것을 관찰하는 일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자 슬픈 일이었다. 그림처럼 온건하게 딱딱한 채 멈춰있기만 했다. 어떤 미미한 반동도,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었다. 길고양이가 나뭇가지를 타고 지나가지 않으면 나뭇잎이라는 건 그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람은 불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바람이라는 것이 누락되어 버렸다. 바람이라는 건 빛과 물과도 달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릇이나 용기에 담기지도 않는다. 바람은 오직 얼굴이나 손으로 느껴야 알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눈으로 바람에 의해서 움직이는 모습으로 바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눈으로 바람이 보이지는 않는다. 나뭇가지나 도로 위의 비닐봉지가 바람에 의해서 움직여야 바람이 부는구나, 하고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바람이 전부 소멸했다.
바람이 없어서 빨래들은 햇볕에 그대로 바짝 말랐다. 해가 뜨지 않는 날에는 기분 나쁘게 빨래가 말랐다. 사람들은 바람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아니, 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바람이 불지 않아서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머리를 실컷 드라이 한 사람들은 바람 때문에 늘 불만이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그동안 바람이 스타일을 많이 무너뜨렸지만 이젠 그럴 일이 없어졌다.
꽃 앞에 앉아서 입으로 후 불면 꽃이 후 부는 바람에 의해 잠깐 움직였다. 트럭이 빠르게 지나가면 주위에 난기류가 생겼다. 선풍기를 틀면 바람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바람이지만 바람이 아니었다. 바람은 어딘가에서 불어와야 한다. 자연적으로 불어오는 바람, 그래서 머리카락을 날리고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그런 바람이 일주일째 불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