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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7

1장 당일


27.

 비가 내리고 있어서 달빛이라는 빛이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약했지만 비와 달빛이 공존하는 밤이다. 만약 달이 냉정하고 온전한 달빛을 쏘아낸다면 상의에 박힌 자수는 어떤 빛을 반사시킬까. 아니다, 그런 밤이면 사람들이 몰려나올 것이고 저 여자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은 원피스였다. 연극이나 뮤지컬무대에서 주인공이나 입었을 법 한 드레스다. 원피스는 여자의 육체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그녀의 콜라병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장치를 숨길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혼란스러웠다.


 치마는 무릎부분에서 밑으로 펑퍼짐하게 퍼지는 스타일이었다. 누군가 해코지를 하고 도망쳐도 따라갈 수 있는 기능을 겸비한 옷이 아니었다. 상의는 브이네크라인이었고 목 아래로 파였는데 여자의 가슴골이 훤하게 드러나 보였다. 여자의 가슴골은 남자들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가슴골이 선명하게 보이는 여자는 옷 속에 숨겨진 가슴을 떠올리게 하고 만지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가슴골이 도드라지게 옷을 입은 여자들의 심리까지는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가슴골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길이 기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동은 여자의 가슴골에 그동안 시큰둥해왔다. 헌데, 지금 조깅코스에서 지나치는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여자의 가슴골을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맙소사.


 이렇게 여름의 비오는 날이면 섹스가 하고 싶어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몰아닥칠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날에 섹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하지만 더운 여름밤에 비가내리면 마동의 머릿속 뇌의 여러 구간에서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섹스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온다. 마치 그렌델의 엄마인 물의 마녀가 물 밖으로 서서히 올라오듯 차올랐다. 어디선가 비가 오는 날이면 남자의 정액은 맑아지고 수가 많아지고 더욱 생생해진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더운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는 여름밤이면 섹스가 더욱 하고 싶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가 내리고 가슴골이 깊게 패인, 이지러진 눈망울의 신비로운 여자를 조깅 중에 보니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달리면서 발기를 해버렸다.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서버리고 말았다. 난처했다.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 다행이었다. 조깅코스에 사람이 없어서 그야말로 낭패에서 벗어났다. 휴우 하며 숨을 쉬었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트레이닝복의 앞섶을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 마동을 변태성욕자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런 남자를 조깅코스에서 마주친다면 마동 역시도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하고도 남았다. 이렇든 저렇든 의도하지 않는 발기로 체육복 하복의 앞이 불룩 튀어 나왔다. 조깅 중에 발기를 한다는 것은 마동에게 있어서 첫 경험 같은 것이었다. 몸을 격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에 발기가 되는 예는 드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팔에 긴치마를 입고 외국 여자처럼 생긴 기이한 여자의 가슴골을 압도적으로 페니스를 발기시켜 버렸다. 그것도 조깅을 하는 도중에 말이다. 발기는 비가 떨어지는 야외에서는 섹스를 더욱 강하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금 여자와 섹스를 하게 된다면(야외의 한 곳에서) 비록 조깅코스에 사람들이 없다고 하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야외이기 때문에 타인을 의식해야 해서 긴장감이나 스릴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째서 이런 생각에 도달해버린 것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마동은 야외에서 섹스를 하는 생각의 케이크를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이미 마동의 생각은 여자와의 야외섹스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마동은 고개를 세차게 자꾸 흔들었다. 이상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생각, 그리고 신체의 반응.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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