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빵가게를 습격하다 9

[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by 교관


9.


“내 얼굴에서 희망이라고는 모두 결여되어 버렸어. 내 얼굴의 희망이 전부 사라의 얼굴에 가서 붙어 버린 듯 해. 그리고 복면이 자꾸 코 위로 올라가서 눈을 가리려고 해. 무엇보다 바보처럼 보인단 말이야. 희망도 결여됐고 비참함이 더해졌어. 이봐, 사라, 지금 쁘레따뽀르떼 쇼에 나가는 건 아니지? 맙소사.”


그의 말에 작은 그림자도 멍한 표정으로 그녀의 부츠에서부터 검청색 스타킹의 매끈한 다리를 보더니 레이밴 선글라스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보였다. 그는 도배공 같은 모습으로 복면을 하고 그녀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리볼버를 찰칵하며 장전했다.


“플랜 ABC 우리 셋은 동시에 들어가서 동시에 총을 겨눈 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화장실에 가두는 거예요. 물론 핸드폰을 먼저 내놓으라고 해야겠죠. 빼앗은 폰은 카운터에 고스란히 올려놓고 그들을 화장실에 가둔 후 일차적으로 갓 만들어 놓은 빵들을 쓸어 담아 오는 거예요. 따끈한 빵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군요. 이 공복감을 재울 시간이 도래했어요. 어서 시작해요.”


“여기서 내가 잠깐! 라며 클레임을 걸겠어. 일하는 직원들을 화장실에 가둔다는 건 플랜 ABC에도 없을뿐더러 그 어떤 털이 전문 영화 시나리오에도 나오지 않고 은행털이범들을 다룬 소설을 주로 적는 카자흐스탄의 커크 체코우스키의 글에도 나와있지 않아. 그건 우리 빨리 잡아가시오,라는 것과 같다구. 화장실에 갇힌 그들이 가만있겠어? 게다가 남녀 직원들이 남자화장실이나 여자화장실 한 곳에 갇히려 하지 않으면 어떡해? 날 보고 그들을 화장실에 몰아넣으라고 하지 마. 난 화장실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이 있는 놈이라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 강도가 들어서 나를 다른 이들과 함께 화장실에 집어넣어 둔다는 건 말이야 추운 가을밤에 바닷가를 거닐다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져서 두 시간 동안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축축한 채로 집으로 돌아오는 신세와 다를 바 없다구.”


“커크 체코우스키? 그런 작가가 있어요?”


“물론 허구의 인물이지.”


“정말 당신이라는 사람은.”


“꽤 유머를 장착하고 있다고 생각해. 어때? 사라 양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녀는 와일드캐치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 모습으로 오른손에 리볼버를 장전해서 들고 있었고 그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그와 작은 그림자는 그녀의 사색을 놓치지 않고 시선을 그녀의 다리로 향했다. 그와 작은 그림자는 동시에 숨이 멎었다. 작은 그림자가 침샘이 있었다면 분명 침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왔을 것이다. 그는 복면을 했기에 침이 고이는지 아무도 몰랐다. 차 안은 그야말로 고요했고 시동을 켜 놓은 덕분에 랜드크루저의 엔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차체는 눈으로 덮여서 거대한 생크림 시폰 케이크 같았다. 벨 페이스트리의 밤하늘은 내리는 눈과 빵 굽는 냄새로 기이한 조화를 만들었고 그녀는 심해지는 공복감을 억눌렀고 그는 복면을 자꾸 밑으로 내렸다. 그는 그녀의 사색이 깊어질수록 자신의 사고를 단념하고 작은 그림자와 무언으로 의기투합해서 그녀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빵집을 습격하기 위해 준비해서 여기까지 온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공복감이 커질수록 그의 무료함은 반감되었다. 그리고 현실감은 조금씩 후퇴해져 갔다. 그들이 현재 느끼는 감정은 다리가 잘린 부분이 가렵다고 느끼는 감정과 흡사했다. 거대한 생크림 시폰 케이크 속의 그들은 고요함 속에 각자의 사색에 빠져 있었다. 11시를 알리는 자동차 안의 알람이 켜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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