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8.
그는 작은 그림자를 바라보았고 작은 그림자도 알았다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모든 것은 준비가 되었다. 장전된 리볼버, 빵을 담을 수 있는 거대한 랜드크루저, 공복감의 그녀와 무료한 그와 작은 그림자까지 모든 것은 완벽했다.
벨 페이스트리에서는 이내 연기가 피어올라오기 시작했고 빵 굽는 냄새는 시애틀의 새벽의 하늘을 전부 덮어버릴 듯 퍼져 왔다. 비교적 움직임이 고요한 작은 그림자도 빵 굽는 냄새에 차 안에서 움직임이 많아졌다. 눈이 시애틀의 밤을 덮었고 빵 굽는 냄새가 시애틀의 대기에 퍼졌다. 그녀의 얼굴이 결의에 다져진 듯 사이드브레이크를 세게 당겼다.
“우리의 계획은 플랜 ABC.”
“뭐라구?”
“ABC요. 어때요? 한꺼번에 해치우는 거예요. 멋지지 않아요?”
그는 전혀, 하는 눈빛을 띠었고 그녀는 자신이 만든 빵 집 습격 계획의 이름을 흡족해하는 눈빛을 띠었다.
“당신, 방금 그 눈빛은 저를 슬프게 하는군요. 오늘 아침에도 인도여성을 찬양하더니 인도여성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당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당황하게 해도 그런 눈빛과 표정은 짓지 않을 거예요.”
“인도여자를 찬양하지 않아. 그저 여자를 찬양할 뿐이야. 인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도여자가 꽤 멋지다는 말이지. 그건 말이야 사라가 여자가수보다 남자가수를 좋아하는 이유와 흡사할지도 몰라. 존 레전드의 목소리 어때? 본조비의 노래는? 스타세일러의 모습은? 이해하지?”
“흥, 절 이해시키려 하지 말아요.”
“존 레전드가 이름이라니. 이름이 당최 그게 뭐람. 베이비 페이스도 이상한 이름이지 않아? 조셉 고든 레빗이라니 당치도 않아. 존 본 조비. 스티브 타일러는 굉장히 이름이 멋지지 않아?”
“조용히 좀 해 줄래요? 우리는 빵집을 습격할 거라구요.”
그는 푸념을 늘어놓았고 작은 그림자도 공복감이 작은 몸을 점령했는지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보였다. 작은 그림자는 공복감과 무료함을 동시에 지니는 표정을 지었다. 단지 그녀와 그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그녀가 들고 있던 빈 글라스를 박스에 넣고, 그 역시 다 마시고 난 빈 글라스를 박스에 차례로 넣은 후 뒷좌석으로 밀었다. 그녀는 긴 팔을 뻗어서 뒷좌석에서 무엇인가 손으로 집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내가 스노보드를 탈 때 쓰는 거예요.”
“이봐, 사라 그건 마치 복면처럼 보이는데 설마?”
“번스타인의 보드마스크죠. 당신이 써요. 이건 어쩐지 당신과 어울리는 마스크 같아요.”
“맙소사. 어째서 캐산복면 같은 걸 나에게 쓰라고 하는 거지. 이 복면에는 희망이라고는 결여되어 있잖아"라며 그는 지휘하는 시늉을 했다.
“비참하지 않은걸요.”
그녀는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더니 머리를 올려 동그랗게 말아 모자를 눌러쓰고 조금씩 나온 머리카락도 모자 안으로 마저 밀어 넣었다. 레이밴 선글라스로 마무리를 한 그녀는 거울을 보며 만족한다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까만 복면을 쓰고 거울을 한 번 보더니 그녀를 따라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입술은 복면에 가려서 보이지는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