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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9

1장 당일



29.

 마동에게는 트위터로 대화를 꾸준하게 해온 이역만리에 떨어진 미국에서 생활하는 성인 여배우가 있다. 그녀는 적당히 풍부한 가슴과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과 섹시한 가슴골을 지니고 있다. 어쩌다가 그녀와 트위터로 친분을 쌓게 되어 대화를 하며 지내고 있지만 그녀의 가슴이라든가 알몸을 본다고 해서 끌림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꽤 많은 세계의 남성 팬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 팬들이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보이는 경우를 본다면 마동은 조금 예외였다. 회사에서도 가슴골이 살짝 드러나는 블라우스를 입은 여직원이 몇 명 있다. 그녀들의 가슴골은 사무실 남자들의 시선과 호흡에 영향을 주었다. 미세하게 드러나는 여직원의 가슴골은 남자 직원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했다. 누구도 도덕이니 윤리 같은 언어로 그녀들의 가슴골을 가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녀들, 본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적어도 마동이 볼 땐 그렇게 보였다. 개성이며 하나의 자기표현 방법인 것이다. 여직원들 중 단연 돋보이는 여직원이 한 명 있었다. 그녀의 블라우스는 언제나 단추가 두 개는 풀어져있다. 그러한 모습이 도전적이고 커리우먼답고 그녀에게 잘 어울리며 세련되어 보였다. 숲의 정령이 인적이 없는 숲 속에서 공간을 이동하듯 그녀에게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그 이면에는 여직원 역시 자기 관리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력을 들여서 군살이 불지 않게 하고 근육에 텐션을 가해주며 뒷모습이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했을 것이다. 사무실 남자들과 타 사무실 사람들까지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적어도 마동은 그 여직원만의 매력에 끌림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의 다른 매력에 눈길이 간 적은 있었지만. 까지 생각하고 사무실의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을 접었다.


 마동은 조깅코스에서 스친 여자가 발산하는 기이하고 무차별적인 끌림에 대해서 회피하려고 했지만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음의 다른 한 편은 그 끌림의 강한 유혹에 현혹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것도 섹스에 대해서 강력한 자기장에 끌려가듯 그녀에 대해서 이끌림이 들었다. 얼핏 봤던 여자의 가슴골이 폭격기처럼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모르고 미사일을 쏘아댔다. 페니스는 아직까지 가라앉을 줄 모르고 트레이닝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마동은 멈춰 서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손을 무릎에 대고 숨을 할딱거렸다. 비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거세졌다. 후두두둑 떨어져 어깨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밀어냈다. 치누크가 불어 빗줄기에 각도를 더했다.


 휘이잉.


 치누크가 스며든 비를 맞으니 마동은 비 오는 야외에서의 섹스에 대한 갈망이 더욱 밀려들었다. 섹스란 모름지기 은밀한 것이라 남의눈을 피해야 하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야외에서는 웬일인지 누군가에게 신비로운 여자와의 은밀한 행위를 들킬지도 모른다거나 섹스를 하며 누군가 훔쳐보고 있을지라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더 흥분이 되었다. 섹스란 모호한 것이다. 쉬쉬하는 것이지만 존엄한 생명의 탄생 역시 섹스로 인해 이루어진다. 가장 음지에 있는 곳에서 제일 반짝이는 위대한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무 모순성 속의 모순이다. 마동의 생각의 수위는 점점 고조되었고 위험한 최음제를 다량 복용한 기분이 들었다. ‘에로틱 마인드’를 쓴 존 모린은 ‘사람들은 약간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환희와 재앙 사이에 위험하게 걸쳐 있을 때 가장 강력하게 흥분한다’라고 말했다. 모린의 방정식에 따르면 자극 플러스 장애물은 곧 흥분이라는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성인남녀 40% 이상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섹스로 야외 섹스에 동그라미를 쳤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닭살부부라는 애칭까지 있을 정도였던 부부도 시간의 폭격에 무방비하게 당하게 되면 불행을 맞이하고 나이가 들면서 밋밋해지고 무관심해진다. 권태로운 부부는 한번 따라 해도 좋을 것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한꺼번에 뇌리에 훅하며 밀려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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