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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2

2장 1일째



32.


 그녀의 이름은 소피.


 소피가 실제 이름인지 배우를 하면서 사용하는 이름인지 알 수는 없다. 소피는 이류 내지는 삼류라고 하지만 팔로워가 십칠만칠천 명을 넘어서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서 자신을 하는 일을 알리고 콘텐츠를 판매하고 자신을 내보였다.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을 알리는 소통의 도구로 인터넷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래서 포르노 배우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포기할 수는 없다. 소피는 일주일에 3일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침대에서 곧바로 캠이 달려있는 노트북을 켜고 자신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팬들과 이야기를 했다. 소피의 팬들은 소피가 일어나자마자 부스스한 모습으로 캠 앞에 나타나기를 매일 지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피가 접속을 하면 좌측 상, 하단의 작은 대화창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가슴과 성기를 보여 달라는 멘트를 활자화시켜 올려 보낸다. 소피를 비롯한 활동하고 있는 B급 이하 포르노 여배우들의 삶은 치열하다. 한마디로 전쟁터다.


 웹사이트에는 자신의 성기를 전부 노출시키지만 아침에 캠으로 라이브 채팅을 할 때는 가슴만 보여주었다. 그것도 일주일에 두 번이나 한 번 정도였다. 소피의 가슴은 아직 수술 전이라 약간 처짐이 주는 미학에 팬들은 매료되어 있었다. 소피의 웹사이트에는 애액을 흘리고 빨아먹는 장면까지 적나라해서 라이브 채팅에 접속한 남자들은 모니터 속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소피를 보면 자동적으로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소피는 속옷을 입고 수백 명의 남자 팬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캠 앞에서 가슴에 걸쳐 있는 속옷을 위로 걷어 올려 가슴을 노출하게 되면 소피의 팬들은 아우성을 질렀다. 그것이 고스란히 글자가 되어서 채팅창에 뜬다. 실시간인 것이다. 라이브라는 특징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팬티도 벗어달라고 애걸복걸하지만 소피는 이 바닥을 나름대로 잘 알고 있는 여자다. 요즘은 라이브로 자신의 몸을 전부 노출시키며 팬들과 소통을 하는 비디오자키들이 많아졌고 그 소통구도 여러 곳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명은 전통적인 성인배우보다 짧았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것이 기획되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채 불처럼 뛰어든 포르노 비디오자키들의 생명이었다.


 그 사이의 줄타기를 소피는 잘하고 있는 편이다. 소피는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속옷 차림으로 캠 앞에서 그들을 다스릴 줄 알았다. 팬들이 가슴이나 성기를 보여 달라고 해서 매번 보여준다면 인기가 떨어진다는 규칙을 소피는 잘 알고 있었다. 인기가 떨어져 버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서 촬영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수입이 끊어지게 된다. 아슬아슬하지만 그 수위와 애간장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며 팬들의 지갑을 열어서 소피의 웹사이트에 조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애타는 팬들 중에서는 지갑을 열어 크레디트 카드로 소피의 웹사이트에 접속을 하여 다운로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백 명 중에 열 명 정도만 조인을 하여 다운로드를 해도 성공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덜트 영화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포르노 배우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자극적으로 대담해져야 하고, 좀 더 크고, 좀 더 예쁘고 좀 더 무엇인가가 달라야 한다. 그 세계는 나이가 조금이라도 더 어린 여자에게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얼굴이 신선할수록 그들의 몸값이나 주가가 올라간다. 그런 현상은 비록 포르노 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포르노의 세계에서는 경력을 갖춘 미인들이 많이 포진해있고 그들은 일류이며 생명력이 길다. 문득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 나오는 엘리샤 키스바트가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 이승희의 모습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짜낸 만큼 주스가 만들어진다’라는 영화 속의 대사도 생각이 났다. 소피가 늘 마동에게 하는 말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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