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4.
집 안에서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처제는 집 안에서 탱크 탑에 민소매만 입고 있다는 것이다. 민소매 안에 브라를 착용하지 않아서 젖꼭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런 옷차림을 하고 마치 내가 없는 양 내 앞에서 밥을 먹고, 머리를 말리고, 노트북으로 블로그를 작성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티브이를 보거나 그대로 잠들었다.
“그럼 집 안에서 브라를 착용하고 있으란 말이에요? 답답하게?”라며 나의 얼굴 3센티미터 앞에서 똑바로 말을 하는 처제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거리에는 제복 경찰들이 순찰 중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잘 보이는 곳을 골라 걸었다.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했지만 걸어가면 된다면 형민이가 말했다. 걸으면 그곳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거기가 처제가 말했던 그 건물이 아닌가 싶다. 얼굴 없는 사람들에게 쫓겨 집으로 들어왔을 때 경찰들과 방역복 사람들이 전부 고양이 떼를 잡으러 한 블록 떨어진 건물로 갔다고 했다.
길거리에는 고양이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고양이들은 사람을 헤치거나 공격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처럼 느긋하게 보였다. 우리가 옆을 지나쳐도 경계하거나 지난번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무섭게 덤비려고 하지 않았다. 뭐랄까 마치 우리를 지켜봐 주는 것 같았다. 어떤 무엇으로부터 우리는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런 느낌은 나만 그렇게 느꼈다. 처제와 형민이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가기만 할 뿐이었다.
싸우는 고양이도, 죽은 고양이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고양이가 죽으면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재빠르게 포대에 넣어서 수거했다. 하지만 고양이 수에 비해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의 수가 부족했다. 거기에 고양이들의 수가 점점 불어났다. 길거리 곳곳, 담장이나 벤치, 공원의 바위 같은 곳에 전부 고양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고양이들의 엄청난 수에 놀라며 걸었다. 그때 고양이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처제가 너무 무서워하며 나에게 붙었다. 형민이도 나에게 붙었다.
“이봐, 넌 좀 떨어져.”
두 사람 때문에 걷는 것도 힘들었다. 이상한 포즈가 되어서 걸어야 했다. 고양이들은 전부 크악 크악 죽을 것처럼 울어댔다. 그러자 경찰들도 우왕좌왕했고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도, 정부에서 나온 전문가들 역시 신경이 곤두선 모양이었다. 고양이들이 울긴 울었지만 죽는다던가. 이상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고양이 몇 마리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더니 수백 마리, 아니 수천 마리나 되는 고양이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우기에 쓸려 내려오는 강물처럼 고양이 떼가 흘러가는 것이었다.
경찰들과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온 사람들도 고양이들의 거대한 행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 광경은 정말 끔찍했고 경이로웠다. 경찰들이 어딘가 무전을 치며 경찰차와 소방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고양이들을 모는 동안 우리가 있는 거리에서 고양이들이 조금 빠졌다. 행렬에 끼지 못한 고양이들은 무섭게 달리는 고양이들 틈에 있다가 끼여 다리가 빠지거나 얼굴이 터져 즉사를 하거나 눈알이 빠져 앞을 보지 못하며 행렬에서 떨어졌다. 광경은 무참했다.
나는 처제와 형민이를 데리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처제가 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느라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 것만 같았다. 그때 고양이가 빠진 자리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제는 놀랐다. 그들은 움직이는 것 같지 않음에도 조금씩 그늘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 가까워졌을 때 그들의 얼굴은 정말 가면을 씌워놓은 것처럼 얼굴의 형태가 드러나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