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26

소설

by 교관


26.


이 건물에 있는 귀신의 집을 예전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예전의 놀이동산이나 백화점 안의 귀신의 집과는 다르다. 3층을 전부 할애해서 귀신의 집을 만들었기에 길고 크고 넓다. 귀신의 집 구조는 패턴이 정해져 있는데 그 패턴이 달마다 바뀐다고 한다. 패턴마다 귀신들이 나오는 방이 꾸며져 있다. 통로를 따라가면 되는데 이 방법은 예전과 비슷하다. 그러나 귀신의 탈을 뒤집어쓰고 놀래 키는 사람은 없다.


버추얼 리얼리티 기기를 안경처럼 착용하고 귀신의 집 통로를 통과하면 가상세계의 귀신이 나온다. 좀 더 실제 같고, 좀 더 징그럽고, 좀 더 고어스럽고, 무서운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방은 성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이 따로 있고 아이들을 위한 방이 따로 있었다.


방을 통과하면 좀 더 무서운 방으로 가게 되고 그 방을 통과하는 게 미션이다. 거대 귀신이나 괴물이 나왔을 때에는 공격도 할 수 있다. 공격도 마치 실제처럼 나의 몸에서 공격할 수 있는 빛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무리 밖에서 관찰을 해도 내가 알고 있는, 형민이가 봤다는 그 빛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대기실에 있었다. 오픈 전이었다. 처제는 노트북을 무릎에 올리고 지금까지 본 것들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처제는 폰으로 포스팅을 하려고 했지만 역시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았다. 데이터도 먹통이었다. 정부에서 이 도시에서 나가는 인터넷 망을 전면적으로 막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빛은 어디에서 봤다고?” 나는 형민에게 물었다. 지난번에 이 건물에 볼일이 있어 들어왔다가 저기 귀신의 집 입구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봤다고 했다. 빛은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신기한 색감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걸 잘 안다. 이데아가 그런 색감의 빛을 내기 때문이다. 귀신의 집에서 준비가 다 되었다고 했다. 처제는 그때까지도 씩씩거리고 있었다.


오픈 시간이 되어 노트북을 끄고 처제를 데리고 우리는 버추얼 리얼리티 기기를 안경처럼 쓰고 귀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귀신의 집은 아주 넓고 컸다. 건물의 한 층을 통째로 귀신의 집으로 만들었기에 규모가 굉장했다. 내가 알고 있는 예전 귀신의 집은 아이들 장난 같은 곳이었다. 여러 버전의 통로를 거쳐 지나갔다.


공동묘지 같은 곳에서는 정말 징그럽고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나타났다. 눈알 한쪽이 빠져 있다던가, 그런데 진짜 같아서 현실감이 100퍼센트였다. 정말 무서웠다. 처제는 소리를 너무 질러서 목이 순식간에 다 시었다. 버추얼 리얼리티 기기를 쓰고 있으면 귀신이나 가상공간에 나타나는 이상한 괴물들과도 접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들어오기 전에 직원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를 들었지만 감촉은 느낌만 그런 것이고 피나 촉수나 타액이 손에 묻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놀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괴물의 촉수의 끈적끈적한 느낌은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아마 나의 왼쪽 팔뚝은 멍투성이일 것이다. 처제가 있는 힘껏 잡고 당기고 눌러서 이젠 감각이 없어질 지경이었다. 형민이도 나의 등 뒤에 숨어서 계속 따라왔다. 괜히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이 나의 온몸에 붙어서 나를 힘들게 했다. 여러 방을 통과하는 동안 수많은 귀신과 괴물들이 나타났지만 빛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들어간 방은 푸줏간 같은 공간이었다. 예전의 귀신의 집은 정겹고 재미가 있었다. 놀라기는 했지만 놀란 다음에 뒤 따르는 웃음도 함께 있었다. 그래서 귀신의 집이지만 몹시도 인간적이었다. 같이 갔었던 친구는 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 호떡을 들고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종이만 손에 쥐고 있었다. 호떡은 아무래도 떨어트리거나 귀신에게 뺏겼다고 했다. 그런 재미가 있었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이 귀신의 탈을 뒤집어쓰고 몇 시간이고 숨어 있다가 이용객들을 놀라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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